문제 많은 행정체계(구멍뚫린 수질관리: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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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흩어진 감독책임… 미루기 일쑤/관계법 세갈래… 검사기준 따로따로/작년 업무일원화 약속도 “공수표”로
89,90년 여름의 수도물파동에 이어 올해로 3년째인 식수파동은 정부의 일원화된 수질관리 체계가 없다는데 그 주요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식수용이 되는 상수의 수질관리업무는 환경처·건설부·보사부·각 시도·수자원공사 등 다섯갈래로 나뉘어져 혼선을 빚고 있고 관련법도 수도법·수질환경보전법·하천법등으로 복잡하고 기준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수질오염문제에 효율적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부처간 책임 미루기에 급급,결정적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아 차후 이같은 일이 재발하는 소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질관리체계를 정비,한 부서에 집중시키거나 선진국처럼 관련부처간의 합동상설기구 또는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등 조치가 있어야 「빗방울에서 수도꼭지까지」의 일관된 수질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수도물파동때 물관리의 일원화를 공약했으나 4월중 건설부의 하수처리장 업무 및 상수보호구역지정권만 환경처로 넘어오는 정도의 땜질에 그쳤다.
이번 대구시 수도물의 페놀오염사건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대구 다사정수장측은 시민들의 항의전화를 받고도 「하천 원수수질관리는 환청처 소관」이라는 생각과 페놀에 대한 무지가 겹쳐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를 못했고 환경처는 소관업무인 불법배출업소 추적에만 매달렸다.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은 서로 「공해업체 단속소홀」과 「정수장의 수질검사소홀 탓」이라고 서로 책임을 미룬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려 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앞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있었던 구미시의 페놀악취소동때도 경북도등은 수자원공사 급수지역임을 이유로 대충 지나쳤고 환경처 역시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현행 수질관리체계는 수도법에 따른 것이다. 건설부는 댐 및 주요하천관리,상수도공급시설(취수·정수장·급배수관)인가,하수처리장건설·관리,상수보호구역지정을 맡고 있고 환경처는 상수원주변 오염방지와 오염실태관리 및 수질기준 설정·감시를 담당하고 있다.
각 시·도(내무부)는 취수정수장·가정급수시설의 운영과 정수장 수질검사를 분담하고 있으며 보사부는 마지막 단계인 수도꼭지물의 수질검사·음용수수질기준설정·농어촌 간이급수시설(3만여개)관리를 맡고 있다.
게다가 팔당·대청·태백호 및 구미·금강·강남 등 6곳의 광역상수원지역 일부에서는 댐을 건설한 수자원공사가 정수장을 만들어 가정급수까지 시행,상수관리가 5원화되어 있다.
이번 파동에서 문제된 페놀의 경우도 기관에 따라 수질검사항목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사고의 원인이 됐다. 환경처는 페놀의 수중 분해성이 높다는 이유로 하천수질측정항목(18개)에 포함시키지 않아 페놀측정을 하지않았다. 각 시·도 역시 정수장의 원수수질검사항목(16개)에 페놀이 없어 대구의 경우처럼 페놀이 들어있는지 알 수 조차 없는 체계였다.
각 시·도는 정수된 물의 수질검사때만 보사부 음용수수질기준 30개항목을 모두 측정,페놀함량을 조사하고 있다.
즉 관련기관의 기준상 페놀은 1단계인 공장배출구에서는 환경처의 검사를 받지만 하천에서 정수장에 이르는 단계에서는 그대로 통과하고 정수후에나 점검이 되는 셈이다. 사후검사도 그나마 한달에 한번이고 형식적이기 일쑤여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대구 취수장상류에는 페놀취급업소가 68곳이나 있어 페놀이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되어 있는만큼 하천 및 취수장원수의 검사항목에 포함돼야 하는게 당연했다.
금강수계이면서 충남북일대 상수원인 대청댐의 경우도 댐관리는 건설부와 수자원공사에서,수질전반의 관리와 오염행위단속은 환경처·충북도에서 실시하는등 복잡한 체계로 되어있다.
특히 댐 공유수면관리의 경우 수면내에서는 어업행위와 쓰레기 처리등 관리를 수자원공사에서 맡고 있으나 댐 지역밖의 낚시·페기물투기등 오염행위 단속은 도와 환경처가 맡고 있다.
22일로 14일째 수도물에서 암모니아냄새가 나 3만여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충남 조치원읍의 경우도 충남도 환경보호과와 정수장을 관리하는 도시과가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뒤늦게 공장폐수에 의한 것으로 밝혀져 환경관리과 소관 문제로 판명되기도 했다.
연대 환경공해연구소장 정용교수는 『미국의 경우 관련부처간 상설합동기구인 수자원관리청을 설치해 수도물에 대한 전권을 주고,일본도 지역별로 물관리위원회를 만들어 초부처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우리도 상설합동기구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성대 홍사욱교수는 『수질관리는 환경처가 전담하고 정수장에서 먹는 물에 이르기까지는 보사부가 맡는게 타당한 체계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정부가 하루속히 물관리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 같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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