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간 걸프전비 한국전과 맞먹어|통계로 본 다국적군 승전 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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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걸프전은 전전 길면 수개월간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깨고 43일만의 단기전으로 끝났다.
지난해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발발한 걸프사태는 결국 전세계에서 한국을 포함, 모두 33개국이 다국적군 진영에 가담함으로써 베트남전 이래 유례없는「대전」으로 발전했다.

<단기 소모전 양상>
비록 전쟁이 진행된 기간에 있어서는 베트남 전(12년간), 한국전쟁(3년간) 또는 제2차 세계대전(6년간)등의 대규모 전쟁에 비해 짧은 것이긴 하나 초현대식 무기체계들의 총집합 및 단기간 내 집중 공격 등의 요인 때문에「단기소모전」의 양상을 띠었었다.
따라서 전사자수 경우 일방적으로 패배한 이라크 군이 8만∼10만 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전에서 미군이 개입한 9년 동안의 미군 전사자수가 4만7천여명임을 고려할 때 단기간의 무차별 폭격이 얼마만큼 이라크 군을 궤멸시켰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걸프전으로 그 성가를 높인 토마호크·패트리어트 등의 미사일과 스텔스 기 및 AWACS(공중 조기 경보체제), M1A1탱크 등 최첨단 고가무기의 총동원으로 전쟁 경비면 에서도 엄청나다.
예를 들어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어트 미사일 한대의 가격이 1백11만 달러(8억 여 원)이므로 한대 발사로 웬만한 집8채가 순식간에 불길로 변해 버린 셈이다.
걸프전 43일간의 총 전비는 이라크를 빼고 미군 쪽만 고려할 때 4백억∼5백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전쟁 3년간의 총 미군전비 5백억 달러에 필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국적군 참여 국들이 부담한 지원액은 사우디아라비아가 1백68억 달러로 가장 많고 쿠웨이트 1백60억 달러, 일본이 1백7억 달러 순이며 한국도 5억 달러를 부담하게 됐다.
특히 4일간에 걸쳐 벌어진 지상전에 들어간 전비는 21달러로 하루평균 5억2천만달러가 투입된 셈이다.

<공군기 36대 추락>
이외에도 이라크·쿠웨이트 내 파괴된 경제·산업시설의 복구비용(수천 억 달러 추정)까지 고려한다면 걸프전은 전쟁 참가국들 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가 첨단 무기의 대량소비에 이어 이들의 직접적인 희생자는 사실상 난민들이다.
걸프사태 7개월 동안 발생한 이라크의 난민 수는 약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외국으로 피신한 난민은 약 3만 명. 이들은 요르단(1만8천명), 이란(9천8백31명), 터키(2천2백51명), 시리아(7백95명) 등 인접국으로 피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황폐화된 이라크내의 난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걸프전 기간 중 이라크와 쿠웨이트 점령지에 투하된 폭탄의 총량은 14만1천9백21t.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나가사키 시에 떨어진 폭탄 량이 2만3천2백t, 구 동독지역인 드레스덴 시에 쏟아진 폭탄 량이 3천4백21t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이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더욱이 첨단기술의 도움으로 폭탄의 정확도와 파괴력이 예전과 비교가 안될 경도로 높아졌음을 감안하면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거의「폐허화」됐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약 1만6천5백 명의 병사, 탱크 3백50대, 전투기 2백대, 장갑차 2백대 및 3백 여대의 지원차량으로 구성된 미 기갑 1개 사단이 전쟁기간중 소비한 총 연료 량은 25만 갤런(약 85만ℓ)으로 집계됐다.
지상전이 벌어진 1백 시간 동안 미 기계화사단 및 기갑사단 등 총8개 사단이 사용한 기름은8백만 갤런(약3천만ℓ)에 달했다.
결국 미군은 하루에 평균7억1천4백만 갤런의 연료를 써 버린 셈이다.
미군이 사용한 M-16 소총의 실탄1개 가격은 20센트(1백45원), M-60기관총의 실탄 가격은 다소 비싸 43센트(3백12원)정도다.
「사막의 폭풍」작전에 투입된 미 탱크 2천대가 뿜어 댄 1백5mm포탄과 1백20mm포탄의 개당 가격은 5백65달러(41만원)부터 1천8백13달러(1백31만4천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맹위를 떨쳤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의 가격은 1백만 달러(7억2천5백 만원). 이번 전쟁 기간 중 3백기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돼 3억 달러(2천1백75억 원)가 들었다.
한편 다국적군 공군기 손실도 상당해 총45대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27대가 미 군기였다.

<병사 53% 기혼자>
이중에는 전자전용 EF 111A 1기도 포함돼 있는데 이 비행기 1대의 가격만도 약5백14억 원이나 된다.
전쟁에 참가한 미 병사들은 53%가 기혼자였으며 전장에서 자식들을 그리워해야 했던 부모도 1만6천3백37명이나 됐다.
특히 부부가 모두 걸프지역에 파견된 경우도 1천2백31명에 달해 이들 부부의 자녀들은 갑자기「임시 전쟁고아」가 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반면 전쟁터에서 받는 푸짐한 월급은 미군의 사기를 크게 높여 주었다.
다국적군을 총 지휘했던 노먼 슈워츠 코프 대장의 월급은 전쟁 특별수당·주택수당 등을 포함, 9천4백27달러 80센트(6백83만5천원)였다.
자식 1명을 둔 사병(병장 기준)은 1천6백44달러(1백20만원), 전투기 조종사(소위 기준)는 1천7백45달러(1백25만5천원)를 받았다.
2차 대전 중 연합군의 총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 장군의 월급이 6백66달러, 전투기 조종사의 월급이 2백 달러, 병장 월급이 1백6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물가상승을 고려하더라도 대우가 크게 나아진 편이다.
취재진의 규모 면에서도 걸프전은 신기록을 세웠다.
걸프 전쟁기간 중 걸프 지역에 파견된 취재기자는 미국의 경우만도 1천5백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걸프전기간에 열린 미 프로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 보울 경기를 취재한 미국기자들의 숫자는 무려 2천2백 명에 달해 미국인들이 전쟁보다는 슈퍼 보울을 더「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쟁기간 중 54만 미군 병사에게 배달된 편지는 모두 85만 통으로 병사 1명이 받은 총 편지 수는 평균 1백57·5통. 하루평균 3·75통씩 편지를 받은 셈이다. <박영수·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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