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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소설 무대서도 "히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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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베스트셀러 소설을 연극화한 공연들이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히트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이문열씨의 베스트셀러『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각색한 극단 까망의 공연이 3년간 계속되고 있음에도 젊은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임철우 씨의 화제작『붉은 방』을 각색한 극단 배우 극장의 공연도 연초 호평에 힘입어 18일까지의 재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어 극단 산울림이 박완서씨의 베스트셀러『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를 지난 15일부터 무대에 올려 공연시작과 동시에 화제가 되고 있다.
까망의『우리들의…』은 연극계 안에서「미스터리」로 통할 정도로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작품. 1백 석 남짓한 적은 객석을 가득 채워 연초 10만 명 관객 동원을 돌파했다. 연극의 중심 권이 대학로로 옮겨간 뒤 쇠퇴일로를 겪고 있는 신촌에서 3년간매일 두 번 공연마다 관객이 넘쳤다는 얘기다.
까망은 지난해 10월 번역극『어두워질 때까지』로 작품을 바꿨다가 관객의 반응이 좋지 않자 11월부터『우리들의…』을 다시 올려「무기한 공연」을 선언해 버렸다.
이 같은 성공은 원작의 힘과 각색의 재미로 가능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원작자 이씨가 워낙 인기작가로 널리 알려진데다 연출자 이용우 씨가 신촌거리의 무한한 잠재 관객인 젊은 대학생의 취향에 맞게 한편의 코미디로 각색한 것이다.
배우 극장의『붉은 방』역시 원작의 명성과 뛰어난 구성에 힘입어 공연을 성공시켰다고 볼 수 있다.『붉은 방』은 5공 당시「고문」이라는 극적 소재를 이용, 전쟁과 분단·광주민주학문동등 비극적 유산의 흔적을 치밀한 심리묘사로 드러내 베스트셀러가 됐던 작품. 원작의 문제의식에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쇼 형식을 곁들여 호평을 받았다.
산울림의『그대…』역시 시작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대표적 인기작가 박완서씨의 베스트셀러라는 명성에「산울림」의 이미지. 주연 윤석화씨의 명성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여성문제를 다룬 작품을 많이 공연해 주부관객을 확보해 온 극단 측은 번역극인『위기의 여자』와 같은 국내작품을 찾던 중 마침 박씨의 소설이 발표되자 곧바로 공연을 준비해 왔다. 박씨의 소설이 연극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박씨 자신도『윤석화라면 차문경(소설 주인공)이 옮아붙은 것 같은 연기를 하리라 믿는다』며 공연을 승낙했다.
이 같은 베스트셀러 소설의 잇단 연극화 성공은 역량 있는 극작가가 부족한 현실에서 창작 희곡만으로 채울 수 없는 공연 공간을 메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평론가 한상철 교수(한림대)는『창작희곡이 부족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연극계가 반성해야겠지만 소설의 극화를 꺼릴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소설을 연극적 언어로 표현하는 각색역량』이라며 각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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