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산업계 내다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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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경제는 5%에 근접한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환율의 급속한 하락과 고유가, 계속되는 내수 침체에 북한 핵실험 등의 악조건 속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셈이다. 여기엔 지난 4년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수출의 기여가 컸다.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연초 대비 7% 이상 올랐음에도 수출이 계속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특히 주목받을 만하다. 가격경쟁력 하락 요인에 대해 품질경쟁력으로 대응할 만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됐으며, 신시장 개척의 기업가 정신이 살아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07년에 우리 기업은 생존을 위해 좀 더 치열하고 민활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 같다. 내년 기업경영 여건은 올해보다 더 어려울 전망이다. 먼저 거시경제 여건을 보면, 환율 속락세는 진정된다 해도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로 수출증가율은 감소하고, 가계부채 문제로 내수는 빠르게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전망기관에서 발표한 내년 성장 전망치는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에도 못 미치는 4%대 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악재는 더 있다. 내년은 대선이 있는 '정치의 해'라 모든 경제문제를 시장원리보다 정치원리로 풀려고 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임기 말 현상 때문에 기업경영 환경은 더욱 불확실하고 불안정해질 것이다. 북핵 관련 지정학적 위험 및 부동산 시장의 향방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시킨다.

내년에 우리 기업들은 기업지배구조 이슈에도 좀 더 유의해야 한다. 기관투자가의 주식 보유 비중이 늘면서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간접투자의 활성화와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에 힘입어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주장과 경영참여 요구는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한창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규제가 대폭 개선되지 않으면 일부 대기업은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증권집단소송제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내년부터 상장기업의 분식회계.허위공시.주가조작과 관련, 집단소송 제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 내용 중 이중대표소송, 집행임원제도 등이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기업조직과 지배구조의 선택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정책 접근방식은 분명히 문제점이 있고 개선돼야 할 부분이 적잖다. 그러나 개별 기업 입장에선 경영실적이 잠재가치에 미달할 경우 언제나 경영권을 위협받을 만큼 시장의 힘과 투자자의 의식구조가 전과 달라졌음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기업성과의 극대화와 투명성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투자자 외에 소비자 관계 변화 가능성에도 관심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도 소비자들은 구매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면 인터넷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소비자 안전 관련 제도들을 한층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리콜제도의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소비자 보호법 개정을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소비자정책과 경쟁촉진업무가 시너지를 내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정책 집행기능을 공정거래위원회로 이관시키고, 2008년부터 단체소송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영역은 갈수록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각 기업은 주변의 여러 이해 관계 구조 변화를 반영한 지속가능 경영전략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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