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봄맞이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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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겨우내 한산했던 무용공연 계가 새봄과 함께 활기를 되찾아 특별한 관심을 모으는 화제작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본격적인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정치, 사회적인 문제들을 현대 춤사위로 형상화해 온 중견무용가 박인숙씨가18∼19일 오후 7시 문예회관 대 극장에서 낙태 문제를 다룬『마리아 콤플렉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독일 폴크방 무용학교와 벨기에 무드라 무용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현대무용가 박화경씨는 외래문화의 홍수 속에서 자신을 잃어 가는 인간세태를 풍자한『꼬리』를 22일 오후7시30분과 23일 오후4시30분·7시30분 세 차례에 걸쳐 문예회관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또 유니버설발레단은 리틀엔젤스회관에서 윌리엄 달라 안무의『까멜리아 레이디』(28∼31일)와 로이 토비아스 안무의『코펠리아』(4월4∼7일)로 봄맞이 발레 축제를 벌인다.
◇마리아 콤플렉스=잉태된 생명을 죽이면서 적지 않은 갈등과 압박을 느끼는 현대여성의 심리를「마리아 콤플렉스」라고 명명하여 임신중절수술 등의 장면을 춤으로 보여준다.
생명을 탄생시키고 또 길러 내야 하는 여성의 존재가치를 되짚어 보게 하는 작품. 무대의 3면을 스크린으로 사용해서 장면 전환 때마다 새로운 영상들이「생명에의 욕구」라는 춤의 의미를 더욱 강조토록 했다. 독재권력을 우화적으로 표현한『비둘기만 날아가다』, 언론통폐합·삼청교육대 등에 관한 TV청문회를 소재로 한『잿빛 비망록』, 메마른 사회현실 속에서 왜소해지는 시민들의 의식을 남-북 이산가족 문제와 연관지어 다룬『풍향계』등을 발표해서 주목받아 온 박인숙씨는 홍원기(대본)·강현구(음악)씨와 함께 이 작품을 만들었다.
91년도 문예진흥원 창작활성화 지원 선정작품.
◇꼬리=원숭이의 방황을 통해 문화적 균형감과 함께 자아정체감도 잃어 가는 현대인들의 고뇌를 표현했다. 다른 예술장르와 어우러지면서도 각각 개별성을 잃지 않고 하나로 조화되게끔 시도한 공연형식이 우선 눈길을 모은다.「꼬리 달린 이야기」「꼬리잡기-꼬리 따기」 「꼬리가 되어」라는 세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현대무용이 메조소프라노 고명희씨의 목소리, 작곡가 이재연씨의 디지틀 피아노연주와 조화를 이루는 현대무용. 춤과 음악뿐 아니라 분장의 손진숙, 무대미술 오경숙, 기획 강은아씨 등 이 공연에 참여한 관계자 모두가 각각 독특한 개성을 인정받는 여성들. 정식공연에 앞서 공개시연회(20일 오후7시30분 카페「미친 잠수함」)를 갖는다.
◇까멜리아 레이디, 코펠리아=『까멜리아 레이디』는 뒤 마 원작으로 오페라『춘희』를 통해 널리 알려진 내용. 윌리엄 달라가 3막으로 안무한 이 발레에는 루마니아의 게오르그 보드나르추크가 특별 출연한다. 후기 낭만파의 명작『코펠리아』는 레오드리브의 아름다운 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진 3막 발레. 기계문명과 인간의 갈등을 희화적으로 묘사했다. 특별초청 된 미국무용수 마린 보에루가 출연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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