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소속사가 망했어요' UCC 동영상으로 뜬 가수 장성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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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소속사가 망했어요'란 눈물어린 문구를 배경으로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올드팝을 애절하게 불러 하루아침에 UCC(User Created Contents.사용자 창작 콘텐트)스타가 된 장성민(21.단국대 뮤지컬과 휴학)씨.

지난달 말부터 '헬로'(라이오넬 리치), '지금 이 순간'(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저스트 원스'(제임스 잉그램) 등을 부르는 UCC 동영상 5편을 인터넷에 올려 1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소속사가 망했어요''장성민' 등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른 적도 수 차례. 소속사가 망한 게 무슨 자랑거리냐고 묻는 이들도 많지만, 그는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고 하소연한다. "7월 말 디지털 싱글앨범 '내추럴'을 냈는데, 소속사가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무대는커녕 홍보도 제대로 못하고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어요. 그래도 그냥 주저앉기는 싫었죠. 그래서 지금 내 상황을 솔직하게 표현한 노래 UCC를 만들어보다고 결정했지요."

그는 '망해서 숟가락만 남았다'는 의미에서 마이크 대신 숟가락을 잡았고, '앞이 깜깜한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고 노래를 불렀다. 홍보와 자기 PR로 가득한 UCC 세상에서 이 같은 구걸식 셀프홍보 영상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끌 만하지만, 가창력이란 콘텐트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대박'이 나기는 불가능한 일.

사실 장씨는 2004년 남성 3인조 댄스그룹 '지샵'에서 활동했던 가수다. 감미로운 저음톤의 목소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당시 반응도 시원찮고, 멤버 형들도 군대를 가버리는 바람에 솔로 가수로 홀로 서려고 발버둥치다 결국 이 지경까지 왔다고 한다.

"UCC를 보신 부모님이 엄청 노발대발하셨죠. 어머니는 불면증으로 병원치료도 받으셨고, 아버지는 '군대나 가라'며 화를 내셨어요. 외아들이 가수가 되는가 싶어 기대를 하셨는데, '앵벌이' 같은 동영상이나 올리니 얼마나 실망이 컸겠어요. 지금은 노여움이 많이 가라앉으셨죠."

2편까지는 '기획사의 마케팅이다' '노래를 못하니 소속사가 망하지' 등 악의적인 댓글도 있었지만, 요즘은 응원성 댓글이 더 많다고…. 환자, 낙방생 등 실의에 찬 젊은이들이 '당신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얻었다'는 e-메일을 보내줄 때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최근 '소속사가 망했겠죠' '저도 소속사가 망했어요' 등 짝퉁 UCC도 등장하고 있지만, 그는 꿋꿋하게 계속 이 길을 가겠다고 한다. 발라드 가수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줄 소속사가 생기기까지. '그늘'이라는 자신의 발라드곡을 6편으로 만들어놓은 그는 명동에서 감미로운 캐럴을 불러 크리스마스 스페셜 UCC에 담을 계획이다.

"UCC란 게 정말 요술방망이 같아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대처해가면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사실, 저 음치였어요. 노래 선생님도 차라리 작곡을 하라고 권유할 정도였죠. 하지만 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며 저만의 스타일을 찾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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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현목 기자<gojhm@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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