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75억 '창고'는 린다 金 옛 집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건설업체 대표 洪모씨가 횡령한 회삿돈 75억원을 현찰로 보관(본지 11월 7일자 8면)했던 빌라는 린다 김이 살던 집터에 6개월 전 새로 지어진 집임이 7일 확인됐다.

린다 김은 재미교포 무기거래상으로 국군용 무기 도입 과정에서 군 및 정부 고위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3년여 전 공개됐던 인물이다.

洪씨가 돈을 보관했던 곳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29평형 S빌라. 거래처에 회사 어음을 발행하고 이를 지급한 것처럼 장부를 허위로 꾸며 90여억원을 횡령했고, 그 중 75억원을 7백50개의 1천만원 다발로 쌓아두었다. 범행이 들통나 검찰에 구속되면서 돈 더미도 모두 압수된 상태다.

이 빌라 자리에는 린다 김이 살았던 넓은 잔디밭이 딸린 2층 양옥집이 몇달 전까지 서 있었다. 린다 김 사건이 터졌던 2000년에는 취재기자 1백여명이 연일 몰려 북새통이 됐던 곳이다.

린다 김은 그해 법정 구속이 됐다가 2심에서 풀려난 뒤 미국으로 가면서 이 집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자 귀국해 집을 판 것으로 전해졌다.

린다 김에게 집을 산 빌라 건축주는 “지난해 10월 金씨와 직접 만나 거래를 했다”면서 매매가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부근 부동산 업자는 “대지만도 1백37평으로 당시 시세로 봐 20억원은 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건축주는 린다 김의 집을 헐고 지난 5월 29평형과 25평형 네개씩 모두 여덟 가구로 된 5층 빌라를 지어 분양 중이다. 洪씨는 ‘비자금 창고’로 사용하기 위해 빌라 2층 한 가구를 3억원쯤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洪씨는 한달 전 분양을 받았는데 이후 별로 본 기억이 없다”면서 “그런 큰 돈이 보관돼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