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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진영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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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 3개월이 흐른 7월 11일 잠실 실내체육관. 전쟁처럼 치열한 분위기에서 새 대표를 뽑기 위한 경선이 치러졌다. 최후의 승자는 강재섭 후보. 강 후보(15.1%)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후보(22.6%)에게 뒤지고도 대의원과 당원들의 현장 투표에서 대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대리전 논란의 수혜자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은 그는 당내 기반이 약한 이명박 전 시장 측이 내민 '이재오 카드'를 무너뜨렸다. 이번엔 당심이 민심을 압도했다.

민심과 당심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한나라당 경선의 두 모습이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가진 고민과 전략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내년 경선에서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도 결국 민심과 당심을 어떻게 엮느냐의 문제다. 여론조사에서 앞선 이 전 시장 측은 현행 규정상 50%인 일반 국민여론 반영 비율을 높이기 위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선호하고, 박 전 대표 측은 꺼리는 듯하다. 이 전 시장은 민심이, 박 전 대표는 당심이 더 크게 반영되는 게임의 룰을 선호하는 것이다.

◆ 지지율 10%포인트의 싸움?=10%포인트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느끼는 여론조사 격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이 전 시장 측은 전당대회 이후 "일반 여론조사에서 연말까지 최소한 10%포인트 차이를 벌려야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여론 지지도에서 큰 격차로 앞서야 '본선에서 승리할 후보를 뽑자'는 대세론이 당원들에게도 먹혀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측도 10%포인트 선을 주목한다. 탄탄한 당내 조직과 이 전 시장보다 뒤늦게 뛰어든 경선 레이스를 감안하면 10%포인트 차는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사정거리란 주장이다.

연말연시 두 사람의 빼곡한 일정엔 2007년 새해를 앞둔 기세 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 낙관도 비관도 않는 양 진영=조인스닷컴의 13일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시장(34.5%)이 박 전 대표(20.7%)를 13.8%포인트 앞섰다. 7일자 국민일보와 여의도리서치 조사에서도 이 전 시장(36.7%)은 박 전 대표(25.0%)를 11.7%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여론조사 전문가 10명을 상대로 한 본지의 대선 당선 확률조사(1면 참조)에서 이 전 시장이 47%로, 27%의 박 전대표를 크게 앞선 데는 여론조사 결과가 미쳤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겉보기엔 이 전 시장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도 담담한 입장이다. 한 측근은 "채 10%포인트 차이가 나지 않는 조사결과도 많고 그 격차도 점차 좁혀드는 추세"라며 "대선주자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 당심의 향배는= 10월 한길리서치의 한나라당 대의원 상대 여론조사에선 박 전 대표(37%)가 이 전 시장(35%)을 근소한 차로 제쳤다. 같은 기관이 7월에 했던 조사(박 전 대표 51.8%, 이 전 시장 27.5%)와 비교할 때 양측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서승욱 기자

◆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 정당에서 대통령 후보 등 공직 후보자를 선출할 때 일반 국민이 소속 정당에 상관없이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2002년 대선 때 여야 경선은 당원 위주로 이뤄져 일반 국민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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