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다시 온 '골프장 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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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렵게 사는 레슨 프로골퍼가 해마다 불우이웃 돕기에 성금을 기부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염창동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일하는 레슨 프로 박병준(39.사진)씨.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직원들로부터 '골프장 천사'로 불린다. 매년 이맘때면 성금을 내는 '고정 기부자'로, 이웃 사랑 실천을 위해 아예 통장을 따로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박씨 본인은 17평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 한때는 실직자로 어려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전남 해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단신 상경, 골프장에서 공 줍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레슨 프로가 됐다.

그의 기부는 1997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그해 230만원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매년 빠짐없이 모두 1573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1인당 골프 레슨비 13만원 가운데 1만원을 이웃을 위해 저축했다고 한다.

그러다 2004,2005년에는 골프연습장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기부를 하지 못했다. 생계가 막막해 골프장을 이곳 저곳을 전전하면서 아르바이트로 레슨을 했다. 가족들 입에 풀칠하기도 빡빡한 어려운 생활이었다. 그러다 올 10월 연습장에 다시 취직하면서 연말에 다시 40만원을 기부했다.

박씨는 "한동안 실직하는 바람에 형편이 어려워져 기부를 하지 못했다"면서 "기부를 하지 못하니 일도 잘 안 풀리는 것 같아 올해 취직하자 마자 작지만 성금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공동모금회는 3년 만에 이웃돕기 행렬에 복귀한 박씨를 '희망2007 이웃사랑캠페인-62인의 나눔 릴레이' 18호 행복지킴이로 선정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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