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후 복구사업/중동특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내업계 수주 따내기 “총력전”/「신규」줄잡아 2천억불 시장/국제신용도 업고 10% 목표/이라크·쿠웨이트엔 공사미수금 20억불 남아
국내업계가 중동 및 북방 특수를 노리며 신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걸프사태가 종착역에 접어들면서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비상채비를 갖추고 있고 한소수교,한중 무역사무소 개설 등을 계기로 북방진출에 거는 기대도 과거 어느 해보다 높다.
업계는 이날 양대 신시장을 통해 미국·일본 등 주력시장에서 부닥치고 있는 수출부진을 헤쳐나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돌파구로 신시장에 거는 업계의 기대가 과연 어느 정도 달성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중동지역의 경우 쿠웨이트·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 3개국에서만 최소한 2천억∼3천억달러 이상의 엄청난 복구수요가 발생할 전망이지만 대부분 미국·영국 등 다국적군 참여국들이 차지하고 우리의 몫은 10%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걸프사태가 세계경제에 커다란 구름을 드리워 왔지만 전쟁이 끝나면 이에 대한 상당한 「보답」을 할 전망이다.
쿠웨이트의 경우 걸프전쟁 초기까지만 해도 전후 복구사업 특수가 4백억∼5백억달러 정도로 추산됐었으나 지상전이 시작되면서 1천억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라크는 최소한 1천억∼2천억달러에 이르러 최대의 복구시장이 형성될 전망이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석유화학 플랜트를 중심으로 1백억달러 가량의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 중동전체로는 2천억∼3천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수의 종류도 유전 및 석유화학공장,도로·항만·공공건물 등의 복구수요 및 생필품·가전제품 등 물자류와 군비관련 방위산업까지 다양하다.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쿠웨이트시의 경우 도시전체를 다시 건설하는 정도의 대규모 복구계획까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국내업계는 이에 따라 복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전략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이다.
주재원을 서둘러 복귀시키는 한편 대규모 사절단을 보낼 채비도 갖추고 있다.
특히 미국·영국 등의 영향력있는 대기업과의 접촉을 잇따라 시도하고 있다.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종합상사등 무역업계.
삼성물산은 최근 걸프사태 비상대책위원회를 영업재개 준비위원회로 바꾼데 이어 내달초에는 사우디에 대규모 시장조사반을 보내기로 했고 이곳에서 단독 전시회도 추진중이다.
(주)대우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의 주재원을 복귀시켰으며 쿠웨이트쪽도 종전과 함께 지사활동을 재개시키기 위해 우선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비자를 발급받아놓게 했다.
현대·럭키금성상사 등도 내달초 사우디 주재원을 복귀시킬 계획이며 동남아·동유럽 등지에서 건자재 등을 사서 중동에 파는 3국간 거래도 추진할 생각이다.
건설업계는 중동특수의 대부분이 복수사업쪽에서 이뤄질 전망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몫을 차지할 수 있을지에 골몰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서방의 유력업체들과 손잡지 않고는 단독수주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활발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주)대우는 지난주 해외지사장들을 긴급 소환,현지업계의 동향파악을 지시했고 삼성·현대건설 등은 미국·영국 등지에 계열종합상사와 함께 사절단을 보낼 계획도 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벡텔(종합건설)·잉거솔랜드(유전)·캐터필러·파슨스(도로·항만)·IBM·모토롤러(전자·통신) 등 미국기업들이 복구사업의 주축이 될 전망으로 미국은 중동전역의 재건을 자국이 주도하는 「제2의 마셜플랜」까지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애트킨스·코스테인·바이워터사 등 영국업체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고 프랑스기업들도 적극적인 참여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들 업체들이 수주를 따낸다 해도 그동안의 관례로 볼때 감리·설계·공사관리등만 맡고 실제시공은 타업체에 다시 맡길 것으로 보고 공동참여 또는 재하청 방식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다.
우리 업체들이 주어진 도면에 따른 현장시공에 강하고 공기를 잘지켜 국제신용을 얻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유전 및 발전플랜트는 어렵겠지만 변전설비와 도로·생필품공장 등 건당 1억∼2억달러 정도의 소형플랜트는 단독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TDX(전화교환기)등 통신설비는 그동안 소·동구권지역에서의 수주경험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동수출 비중이 15% 가량 되는 타이어업계는 조기종전될 경우 1억5천만달러의 올 수출목표 달성이 다시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피복업체는 이미 지난해 8월 이후 미국등을 통한 간접수출방식으로 50만벌의 군복을 파는 특수를 맛본데 이어 미군등의 재고감소에 따른 제2의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업계는 신규수요외에도 갑작스런 철수에 따라 받지 못했던 물품대금과 공사미수금 등을 다시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라크·쿠웨이트 지역에만 물품미수금이 1억1천만달러,공사잔금이 20억달러 가량이나돼 종전과 함께 거래선을 되찾는 작업부터 시작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중동특수중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몫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걸프전쟁을 주도해온데 따른 연고권과 기술수준의 우위 등으로 서방 선진기업들의 강세가 너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우리 몫은 잘해야 10%를 밑돌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또한 쿠웨이트 망명정부등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도 관련정보를 거의 외신등에만 의존하고 있는등 정보력 부재도 내부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당사국의 대금결제 능력도 의문시되고 있다.
이라크는 최대의 복구수요를 낳을 전망이지만 자금측면에서 가장 위태롭다.
실제로 최근 5년동안 우리업체들이 이라크내에서 공사를 하면서 돈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기름으로 대신 주거나 어음을 끊어주기 일쑤였고 그나마 미수로 남긴 경우도 종종 있었다.
8년동안의 이란·이라크전쟁을 거치면서 「달러」가 바닥나 있기 때문에 국제차관단등의 협력이 없이는 이라크만의 자체복구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민병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