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 가꾸기는 나라사랑 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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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은 민족정기가 어린 곳입니다."

지난 4일 포항시 남구 대보면 구만리 호미곶(虎尾串) 해안도로변에서는 나무 가꾸기 행사가 열렸다.

호미수회(虎尾樹會) 회원 1백여명은 지난 봄 심은 높이 1m 안팎의 2천5백여그루 해송에 비료를 주고 풀을 뽑았다. 바다 바람에 말라죽지 않도록 대나무로 발을 설치하는 작업도 곁들였다.

회원 서철영(46.사업.남구 대보리)씨는 "우리 손으로 호미곶을 살찌우는 것 같다"며 "호미곶의 나무 가꾸기는 고향.국토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호미수회가 결성된 이후 심은 해송은 모두 1만5천여그루. 바닷가 바람을 막고 옛 모습을 되살리려는 운동이다.

대보면 구만리와 대보리 호미곶 광장 등지엔 이들이 심은 나무가 푸르름을 더하고 있다.

호미수회는 1983년 영일군수로 재직한 서상은(67)씨가 퇴직 후 이 지역 주민을 모아 90년 만들었다.

군수 시절 장기곶인 지명을 호미곶으로 바꾸자는 운동을 편 것이 계기였다.

일제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호미곶을 토끼 꼬리에 비유했고, 이름도 일본식 표현인 장기갑(岬)으로 고쳐 부른 것을 바로 잡자는 것이었다. 결국 이곳의 명칭은 2001년 12월 호미곶으로 바뀌었다.

이 지역 출신으로 구성된 회원들은 14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나무 심기와 가꾸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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