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 타임'에서 '퍼스널 타임'시대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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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사진)가 13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은 시간과의 충돌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고안된 점진적 개념으로, 국제 정세가 급속도로 변하는 지금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소련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의 경우 점진적 개혁을 염두에 두고 추진했지만 대외 정세의 급변으로 소련 연방이 갑작스럽게 붕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은 14~15일 산업자원부 주최 국제포럼'에서 강연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한.미 관계는 어떻게 되나.

"북한 핵을 아시아 이웃들이 더 두고 본다면 대만.일본이 핵무장에 나설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다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핵무장 해제가 가능해지려면 미국이 아시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강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약해지면 아시아가 더 위험해질 것이다."

-정부는 작을수록 좋은 것인가.

"선진 사회의 정부 기구는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의 미국 정부가 전형적인 예다. 관료주의와 군대 같은 상명하복 시스템은 재앙 수습에 완전히 실패했다. 한국.일본.유럽 곳곳에서도 이런 제도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재앙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 조직이 급속도로 바뀌는 경제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작 '부의 미래'에서 시간을 부를 창출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았는데.

"대량생산 시대엔 '대량 시간(mass time)'의 개념이 지배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량 시간이 해체되는 시기다.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고도 생산량만 채우면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실험이 벌써 시작되고 있다. 이제는 대량 시간이 아닌 '개인 시간(personal time)'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최지영 기자

◆ 앨빈 토플러=미국의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1970년에 펴낸 '미래의 충격'과 80년에 내놓은 '제3의 물결'로 명성을 얻었다. 정보화 혁명을 예견하는 등 미래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문기자를 거쳐 '미래'지 부편집장, '포춘'지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뉴욕대.마이애미대 등 5개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고, 코넬대 객원교수를 지냈다. 올해 78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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