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제압"에 파업으로 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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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대우조선 전면파업사태에 이어 「연대회의」가 부분파업을 결의하는등 노조간부 구속사태에 따른 파문이 노동계에 확산됨으로써 올 노사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당국이 수련대회에 참가했던 연대회의 노조간부 7명을 전격구속하고 60명을 무더기 입건한데 대해 연대회의와 전노협은 이미 12일부터 노조간부 1백여명이 철야농성을 벌인데 이어 설날연휴동안에도 전국 11개 지역별로 항의농성을 벌여오다 보다 강력한 현장중심의 항의투쟁을 위해 18일 단위사업장별 부분파업을 결의하고 나섰다.
이에앞서 재야노동계는 당국의 이번 조치가 『노조간부들에 대한 불법체포·감금과 노동쟁의조정법에 대한 확대 해석등 현행법을 무시한 처사』라며 이 사건을 담당한 검찰· 경찰등 관계자 7명을 대검에 고소한바 있다.
이같은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 노동부는 강력한 사법처리로 응수할 방침임을 재확인, 노정간충돌이 예상돼 파문이 확대될 조짐이다.
이번에 구속된 노조간부들은 대우자동차·대우정밀·한진중공업등 노조원 2천명이상 대기업노조위원장들로 실질적으로 연대회의를 주도해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노동계는 이번 무더기구속은 정부당국이 대자조선파업이 올봄 임금협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연대회의의 측면지원을 사전에 막고 강경노선을 퍼온 이들 노조위원장을 「일망타진」함으로써 춘투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이같은 해석은 연대회의가 지난해 12월9일 결성된후 다섯차례 대표회의를 가지면서 그동안 대우조선 문제들을 거론해온 것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인데도 이번에 「제3자 개입」을 이유로 수련대회 참석차 67명을 모두 연행한 사실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에 구속된 노조간부들의 혐의사실은 지난달 12, 15일 마산과 대전에서 두차례 모임을 갖고 대우조선 노조지원을 결의하고 세부행동방침을 세우는등 노동쟁의조정법상 제3자 개입금지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돼있다.
이같은 혐의사실은 그동안 당국이 쟁의사업장격려방문·동조파업등에만 적용해오던 제3자 개입조항을 사전 논의와 간접적 지원에 대해서까지도 확대 적용한 것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비판이다.
당국이 이같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노조간부들을 구속한 것은 연대회의가 본격적인 임금협상을 앞두고 동시교섭·동시파업등 공동대응 움직임을 본격화할 채비를 하자 「더 자라기전에 연대회의외 싹을 자르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강한 의지는 지난해말 최병렬 노동부장관이 취임 이후 『불법이 있는 곳에는 노와 사를 막론하고 정부가 있음을 보여주겠다』며 불법노사문제에 대한 강한 공권력행사를 암시해온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특히 올들어 걸프전쟁과 우루과이협상·수출침체·물가불안등 경제불안정으로 과격한 노사분규양상에 대해 국민들과 근로자의 호응이 높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최근 포항제철노조가 연대회의에서 탈퇴키로 하는등 노동계 내부의 일부 분열조짐에 따라 올해 노사분규가 그다지 확산 또는 과격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같은 상황에서는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강경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노동부는 대우조선파업에서 올해 노사협상의 쟁점으로 부각된 징계위원회의 노사동수구성등 인사경영권의 침해와 무노동 무임금과 관련한 불법적 분규에 대해서는 초동단계에서부터 강경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강경자세로 노사분규가 오히려 확산되는등 부작용이 야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걱정도 일부에서는 하고 있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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