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행정수도에 45조 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는 데 2030년까지 총 45조6천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다. 이 중 국민의 세금 부담은 8조4천억원으로 당초 예상(4조원)보다 2배 이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행정수도 연구단은 6일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장관, 충청권 시.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신행정수도 도시기본구상 및 입지기준 시안'을 보고했다.

시안에 따르면 국민 부담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 앞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 비용=연구단은 이전 비용으로 11조2천억원은 국민의 세금인 정부 재정에서 내고 34조4천억원은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단은 "수도권 청사를 팔아 2조8천억원을 마련할 것을 감안하면 순수한 재정 부담은 8조4천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난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구상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당시 인수위가 추산한 재정 부담은 7조3천억원이었으며 청사 매각대금 3조3천억원을 제외한 실제 국민 부담은 4조원에 불과했다. 총 이전 비용도 37조3천억원으로 연구단의 계산보다 8조3천억원이 적었다.

연구단은 "2007년부터 2030년까지 나눠서 재정을 투입하기 때문에 연간 재정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시 규모=새 행정수도는 인구 50만명이 살 수 있는 2천9만평 규모의 신도시로 건설된다. 인근 지역의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 부근 4~5㎞는 '주변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다.

도시 건설은 2007년 하반기에 시작해 1단계 기간인 2020년까지 30만명이 옮겨가고 2단계인 2030년까지 나머지 20만명이 입주한다.

중앙행정기관은 원칙적으로 모두 이전하고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 등도 이전을 추진한다. 새 행정수도에는 고속도로와 철도를 연결해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도로 확충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가 옮겨가면 수도권에 있는 기업들과 민원인들이 행정부처를 직접 방문하는 데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주요 부처의 서울사무소를 만들어 민원 처리를 맡길 계획이다.

◇이전 효과와 향후 계획=행정수도가 옮겨가고 수도권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수도권 인구는 지금보다 1백7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대신 충청권 인구는 65만명이 늘어나고 영남권과 호남권 인구도 각각 72만명.32만명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가족 전체가 새 행정수도로 옮겨가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수도권 인구분산의 취지는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공무원들의 생활만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우자 중 한명이 공무원이고 다른 한명은 일반기업에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주말부부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연구단은 이달 중으로 지역별로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들어보고 연말까지 기본구상과 입지기준의 최종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내년 1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최종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복수의 후보지를 선정한 후 내년 하반기에 최종 입지를 결정한다는 구상이다.

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