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는 심리전에 주력/후세인 암살·쿠데타 유발엔 역부족인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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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걸프전쟁에서 미 국방부가 각광을 받고 있는데 비해 미 중앙정보국(CIA)은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계로 그 역할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암살키 위한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도 하고,또는 군부 쿠데타를 공작하고 있지 않느냐는 추측을 하고 있으나 당국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CIA 당국자는 『전쟁발발과 동시에 우리는 지원업무로 들어갔다』고 밝힐뿐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으나 주로 이라크의 통치력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심리전을 전개하며 반테러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후세인정권 내부에 첩자를 침투시키기가 어려워 그가 다음 단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등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는 확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미 CIA가 걸프전쟁에서 벌이고 있는 주요작전.
◇심리전=이라크 국민들이 정부의 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끼도록 하고 후세인이나 지휘부가 미국의 의도를 잘못 읽게 유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라크내에 방송전파를 침투시키거나 비디오·카셋 테이프 등을 은밀히 유통시켜 미국의 전력이 월등함과 함께 후세인 정부의 부패상 등을 폭로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 국민이나 군인들에게 이 전쟁이 정의롭지 못한 전쟁일뿐 아니라 이라크가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점을 선전키 위한 것. 또 미 국방부와 협조,수백만장의 전단을 만들어 전선·후방에 뿌리고 있다.
이밖에 이라크군 포로의 자백을 토대로 이들의 사기가 어느 수준에 있는가도 분석하고 있다.
◇반테러활동=CIA 관계자는 후세인이 연합국에 대한 테러와 함께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국내에 대한 테러를 강화,사우디아라비아내의 반전감정을 유도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특별대책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주동안 사우디아라비아로 침투하던 테러용의자 10여명을 검거했으며 내달부터 시작되는 라마단 때는 사우디아라비아내에 있는 회교성지에서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이 극성을 부릴 것으로 보고 대책을 세우고 있다.
◇군사력 분쇄=지난해 가을 미국의 공군력만으로 이라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두간 전공군 참모총장이 장담했을때 웹스터 CIA 국장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지상군동원 없이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는 보고를 했다.
이는 CIA가 독자적으로 벌이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전력분석의 결론이었다. CIA는 7개 첩보위성을 운영,위성사진을 통해 공습의 성과와 다음 공습목표 등을 선택하고 있다.
◇전후구상=CIA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마자 특별 대책반을 만들어 이라크에 대한 경제봉쇄가 어느 정도의 효력을 나타내는가를 분석해 왔다.
요즈음은 이에 덧붙여 전쟁의 충격이 이라크와 인근 아랍국가에 어떤 정치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라크의 민간인에 대한 피해가 늘어날 경우 이지역에서 전개될 수 있는 가능한 상황을 설정,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CIA관계자들은 최근 요르단·이집트·모로코 등에서 벌어진 반미데모를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 CIA는 후진국 국내정치에 개입,각종 전복활동을 통해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 정부를 타도해온 것으로 일부로부터 비난받아 왔다.
그러나 이라크의 경우는 철저한 전체주의사회이기 때문에 이러한 공작도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만세력으로 지목되는 순간 처형되므로 동조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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