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논술방] 우리 사회의 기술적 통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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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호 (동북중 2)

현대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옛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불렀던 것을 쉽게 접한다. (a)'비행기' '자동차' 혹은 '인터넷'도 그 예이다. 하지만 이렇게 발전한 현대문명의 뒤편에는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이 있다. (b)현대사회에선, 모든 사람들의 사생활이 침해되고 있다. 누가 악의를 가지고 사생활 침해를 할 수도 있고, 알게 모르게 사생활이 침해당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것들에 쓰이는 물건이나 정보들이 현대사회에서 편리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범인을 추적하거나 범행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CCTV 가 무고한 사람들의 사생활을 엿보게 개조되고 있으며, 인터넷 여기저기 떠도는 피해자의 정보를 타인이 쉽게 빼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c)한 예화를 들면 얼마 전 미국의 한 도시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막기 위해 도시 곳곳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이 어디를 가든 누군가가 그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다. 경찰 내부의 CCTV 담당자는 사람들이 어디를 가는지 다 알 수 있다. 자신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고, 우연히 본 CCTV에 다른 사람이 숨기고 싶은 것이 드러난다면 그것은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조지 오웰이 지은 '1984년'이라는 책을 읽어보자. 반공 사상을 띠고 있는 이 소설엔 '당'이 모든 장소에 '텔레스크린'을 설치하여 어떤 사람이 어떤 행동이나 소리를 취하든 '당'에 보고가 되게 해놓았다. '텔레스크린'이 실제로 있다면 사생활 침해의 단계를 넘어 사생활 통제 단계까지 올라가 독재자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몰래카메라와 도청기 같은 물건들은 지금도 충분히 텔레스크린에 버금가는 사생활 침해를 할 수 있다.

사생활이란 자유를 뜻하고, 사람이 가져야 할 최소의 것들 중에 포함된다. 사생활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 과학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며 그에 따르는 부작용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d)나는 더욱 발전할 사생활 침해 기기를 경계해야 하며, 그것이 발전하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사생활 침해를 억누를 수 있는 대안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첨삭·총평

'1984년'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기술적 통제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논제였다. 중학생에게 작품 전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버거웠을지 모르지만, 논제를 단서로 해 대부분의 학생들이 작품을 흥미롭고 성공적으로 읽어낸 듯하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고전을 대할 때에도 스스로 의문점이나 문제를 제기하며 읽어나간다면 읽기 과정 자체가 좋은 훈련이 될 것이다.

국진호군은 논제를 정확하게 분석했고 작품의 핵심을 논의에 필요한 방향에서 잘 잡아냈다. 전체적인 문단의 구성이나 글의 흐름도 크게 부족한 곳이 없다. 다만 작품을 인용하거나 예시를 들 때 좀 더 신중하게 선택하면 좋겠다. 가령 (a)에서 비행기나 자동차는 사생활 침해와 함께 이야기하기 어려우므로 생략하는 것이 좋다. (c)의 예화는 앞 문단의 내용과 같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그 대신 인터넷상에 파문을 일으켰던 '된장녀'로 접근해볼 수도 있겠다. (d)에서 '사생활 침해 기기'라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 어떤 종류의 기기가 사생활 침해로 오용되는 것이라고 봐야겠다.

끝으로 논점인 기술적 통제의 문제점 역시 잘 지적했다. 그런데 (b)에서 모든 사람의 사생활이 침해되고 있다면 침해하는 것은 누구일까. 이 같은 논의를 좀 더 발전시켜도 좋겠다.

오길주 문예원글로피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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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제=박지원의 '허생전'과 지문 , 의 1), 2), 3)을 읽고 조선조 당대의 사정과 오늘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허생의 캐릭터에 담긴 박지원의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논술하라(800자 내외).

알림=각 학교 기말고사 관계로 '허생전' 지문을 바탕으로 한 지난호 중학논술방 주제를 두 주 연장합니다. 이번 호는 회원들이 논술카페에 올린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소재로 한 글과 총평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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