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각국 전후 쿠웨이트 특수에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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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전상태 복구에 6백억불/미 독식할까 불안느낀 영 불선 「망명정부」에 추파
수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쿠웨이트 전후복구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서방기업 및 정부들의 로비전이 벌써부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쿠웨이트해방까지는 아직 지상전이라는 중대한 관문이 남아있지만 전쟁이 잿더미 속에서도 노다지를 캐내려는 서방기업들의 약삭빠른 상혼은 이미 걸프전쟁 시작과 함께 쿠웨이트망명정부를 상대로 발빠르게 움직여왔다. 이름있는 서방기업들치고 앞으로 예상되는 쿠웨이트 특수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 기업들이 없고,이 바람에 쿠웨이트 망명정부사무실은 이들 기업및 해당국정부관계자들의 로비행렬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쿠웨이트의 전후복구 공사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쿠웨이트내에 포진해있는 이라크군을 겨냥한 다국적군의 쉴새없는 폭격으로 이미 사회간접자본의 상당부분이 파괴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전개될 지상전과정에서 더욱 큰 손실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의 알 사바 쿠웨이트국왕 망명정부관계자들은 전후복구비용으로 일단 3백억달러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비용은 교량·도로·항만·공항 및 전기·통신망을 재건하고,주택·학교·병원 및 유전등 산업시설을 복구하는데 드는 최소한의 액수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서방의 일부 전문가들은 쿠웨이트가 전전상태로 완전히 회복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배인 6백억달러는 소요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쿠웨이트망명정부는 이미 전후복구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체를 미국워싱턴에 설립했다.
「쿠웨이트비상재건계획」(KERP)을 수립,집행할 이 사업체는 복구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사업발주업무까지 맡게돼 서방기업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체에는 다수의 미국전문가팀이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쿠웨이트진출을 노리는 미국기업들의 교두보역할을 하고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있다.
미국의 벡텔사가 이미 여러건의 사업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브라운 앤드 루트,포스터휠러 앤드 파슨스등 미국 유수의 토목·건설업체 이름들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는 것.
쿠웨이트해방을 위한 걸프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기업들이 전후복구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게 미국기업들의 주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등 서방의 다른 기업들은 미국의 우월적지위를 인정하지 않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독식」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쿠웨이트망명정부를 상대로한 로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군대를 쿠웨이트 해방전쟁에 투입하고 있고,또 역사적으로 쿠웨이트와 「동반자적 관계」(식민지관계)에 있음을 자처하는 영국의 기업들은 지난주부터 타이프망명정부에 대한 로비에 들어갔다고 유럽의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또 조만간 영국의회대표단이 알 사바 망명정부를 방문할 예정인데 이때 기업대표들도 동행,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할 계획이다.
미국의 독주가능성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은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 대한 기여도에서 미 영에 크게 뒤진다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프랑스는 비록 큰 덩어리는 아니더라도 「떡고물」정도는 챙길수 있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상공부의 한 관계자는 『노력하면 복구사업의 5%정도는 프랑스 기업몫이 될수 있을것』이라면서 수백억달러의 5%면 그것도 작은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프랑스처럼 직접 참전국은 아니지만 전비의 일부를 대고 있는 독일과 일본,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미 이들 나라 기업관계자들은 타이프를 방문,알 사바 망명정부관계자들과 전후 복구공사참여 및 물가공급문제등을 협의했다.
서방기업들이 이처럼 쿠웨이트복구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쿠웨이트정부의 엄청난 자금력때문이다.
쿠웨이트정부의 해외자산은 약 1천2백억달러로 전후복구비용을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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