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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라이프] '메이드 인 우리집' 커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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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도 '손맛'이다. 집에서 직접 커피를 뽑아먹는 사람들이라면 실감할 이야기. 커피 매니어가 늘어나면서 손수 '나만의 커피 맛'을 내보려는 이들이 많다.

기계로 뽑아낸 테이크아웃 전문점 커피의 일정한 맛이 지겹다면 홈메이드 커피에 도전해보는 게 어떨까. 롯데호텔서울(소공동) 와인바&숍 '바인'의 공승식 지배인의 도움으로 커피 맛있게 끓이는 법을 소개한다. 공씨는 지난 4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8위를 차지한 국내 1호 커피 전문가다.

*** 원두의 종류

원두는 크게 로부스타(Robusta)와 아라비카(Arabica)로 나뉜다. 아라비카는 고급 원두. 카페인 함량이 로부스타 원두의 절반에 불과하다. 가볍게 마시기 좋은 맛. 비싼 게 흠이다.

로부스타는 카페인이 많고 기름층이 두꺼운 원두. 거친 맛을 낸다. 에스프레소를 만들려면 로부스타가 어느 정도 섞여야 한다.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커피 잔 안쪽에 나이테처럼 남는 독특한 거품 층은 로부스타 원두가 만들어내는 그림이다. 다양한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혼합된(블렌딩) 원두를 고르면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초보자가 원두 종류를 육안이나 포장지 기재 내용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판매원에게 확인하고 구입한다.

*** 원두 고르기

원두의 신선도는 커피 맛을 좌우하는 첫걸음. 오래된 원두로 끓인 커피는 식으면 투명함이 사라지고 혼탁해진다. 크림을 넣으면 뭉글뭉글 굳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신선한 커피로 끓인 원두는 색이 투명하고 맑다. 크림을 넣으면 천천히 커피 용액을 감싸면서 속으로 흘러들어간다.

오래된 원두는 커피 특유의 풍부한 향이 적다. 만졌을 때 커피의 유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건조하며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도 오래된 원두이므로 피한다.

*** 로스팅(볶기)

일반 가정에서는 할 수 없으므로 로스팅 된 원두를 구입하는 게 편하다. 카페에서 구워주는 경우가 있지만 포장이 완전하지 못해 맛이 오래 가지 않으므로 조금씩 구입하는 게 현명하다. 에스프레소는 일반 원두보다 진한 맛을 내기 위해 살짝 더 볶아주는 게 정석.

*** 그라인딩

그라인딩은 커피 맛을 가장 많이 좌우하는 단계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등 원두를 판매하는 곳에서 그라인딩을 한꺼번에 해준다. 그러나 한꺼번에 갈면 공기 접촉으로 산폐해 시간이 지날수록 제 맛을 내기 어렵다. 갈아주는 입자의 크기도 일정하기 때문에 개성있는 맛을 살리기 어렵다. 가능하다면 그라인딩 기구를 구입해 커피를 끓일 때마다 갈아주는 게 좋다.

수동형 그라인더(핸드밀)는 3만~7만원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입자가 굵으면 신맛이 강하다. 너무 미세해도 쓴맛이 난다. 에스프레소는 일반 커피보다 더 미세하게 갈아준다. 만졌을 때 화단의 속흙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거친 느낌이 나도록 간다. 갈아놓은 원두가 제 맛을 잃지 않는 기간은 3일 정도.

*** 커피 뽑기

깔때기 모양의 '드리퍼'에 여과지를 깔고 커피가루를 올려 뜨거운 물을 떨어뜨리는 드립식 커피는 부드러운 맛을 낸다. 에스프레소에 가까운 진한 맛을 내려면 원두 입자를 더 곱게 갈아준다.

'에스프레소 포트'는 가정에서 에스프레소의 맛을 내기에 가장 좋다. 철제 주전자에 필터 바구니가 있어 물과 커피를 담고 가열하면 고압의 증기가 필터 바구니를 통해 올라가 커피를 추출한다. 차를 우려낼 때 주로 쓰이는 1인용 '여과기'는 커피와 물을 섞어 담은 뒤 손잡이를 누르면 손잡이와 연결된 필터가 원두 입자를 걸러 커피를 추출한다. 각각의 기구는 대략 10만원선 이내에서 구입할 수 있다.

*** 커피 보관법

커피는 공기와 습기에 약하다. 볶은 원두에 공기가 닿으면 커피의 풍미와 향이 담긴 휘발성 기름이 날아간다. 건조한 진공상태로 보관하는 게 최상. 커피 보관용 캐니스터(밀폐용기)에 담아두면 1주일 이상 풍미가 유지된다. 캐니스터가 없다면 봉지의 공기를 뺀 뒤 둘둘 말아서 테이프로 봉해준다. 한번 개봉한 봉지는 3개월 안에 소비한다.

*** 그 밖에

커피는 물의 종류에 따라 맛이 변한다. 한잔이라도 제대로 맛을 내려면 깨끗한 연수로 끓이는 게 좋다. 수돗물도 연수에 속하지만 소독용 염소가 강한 맛을 내기 때문에 정수한 물을 쓰는 게 좋다.

휘핑 크림.우유.코코시럽 등을 준비하면 다양한 메뉴를 만들 수 있다. 휘핑 크림은 가정용 거품기를 이용해 충분히 거품을 낼 수 있다. 우유 거품은 거품기만으로는 충분히 내기 어렵다. 수동 우유 거품기는 용량에 따라 1만원대 제품도 있으니 카푸치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활용해 볼 만하다.

촬영 협찬 : 카페 꼬뜨 도르(Cote d'Or).02-3432-8088

이경희 기자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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