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진치고 사전 밀약/한보­서울시 어떤 결탁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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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제의 땅 분양 안될 경우 조합원에 갑절 배상 약속
사회적 물의를 빚고있는 수서지구 주택조합 택지 특별공급의 최종시한은 91년 2월로 사전에 정해져 있었다.
한보측은 89년 12월 연합주택조합에 문제의 땅을 「제소전 화해」라는 형식으로 넘기면서 『약속기한내에 택지를 특별공급 받지못할 경우 조합원들이 낸 1천만원씩에 대해 2배를 배상하겠다』고 대표조합장 6∼7명에게 약속했다는 것이다.
한보는 90년 3월과 9월로 두차례의 시한을 정해놓고 맹렬한 로비를 벌였으나 서울시의 완강한 불허방침에 밀려 한때 실패로 끝나는듯 했다.
연합주택조합의 한 간부는 『한보측이 3월 시한을 앞두고 청와대에,9월 시한을 앞두고는 민자·평민당에 접근해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고 『지난해 2월16일 청와대비서실이 공문을 발송한 것이나 8월17일의 당정협의,같은달 31일 평민당이 서울시에 대해 공문을 발송한 것 등이 이같은 약속시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두차례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 3천3백60명의 조합원중 일부가 『가능성이 없으니 조합에서 탈퇴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보측은 91년 2월을 마지막 시한으로 못박고 국회에 청원을 내면서 조합원을 진정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주택조합측에 따르면 수서지구 조합아파트에 앞서 대한투자신탁등 당초 14개 직장 6백50명으로 구성된 1차조합은 서울 개포동 산660 구룡산 약수터 부근 한보그룹 소유 녹지를 주택조합 건립부지로 타진했다는 것이다.
1차조합과 손잡은 한보측은 서울시에 형질변경 가능성을 질의했으나 서울시 공무원들이 『구룡산 주위의 녹지는 보존이 필요하다』고 밝힌데다 약수터를 이용하는 인근주민들도 반대해 실패했다.
한보는 89년초 자신들이 소유한 수서지역 녹지를 대상지로 제시했고 땅이 필요했던 1차 주택조합그룹은 이를 받아들였다.
한보측은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집단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1천4백명 규모의 농협주택조합과 경제기획원 등 영향력 있는 조합을 끌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주택조합측이 『땅값은 매우 싸지만 녹지의 형질변경이 가능하겠는가』는 의문을 표시하자 한보측은 『수서녹지는 곧 개발된다. 우리가 보증하겠다』며 안될 경우 땅값의 2배이상 보상을 약속했다.
연합주택조합측은 『특별공급이 이뤄진 이후 의혹이 증폭되자 1인당 1천만원씩 땅값을 거둬 모두 한보측에 건네주었다』고 시인했으나 『추진비 명목으로 거둔 1인당 10만원씩의 자금 3억여원도 조합운영비로만 썼고 로비를 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한편 특별공급 결정 이전에 서울시와 한보주택조합측은 사전에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원칙에 합의,「조합원 전부에게 주택공급을 하든가,아니면 모두 특별공급을 받지 않는다」는 약속을 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조합측의 한 간부는 『우리는 이같은 원칙을 한보측에 명백히 전했고 서울시도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뒤늦게 서울시가 조합원 자격심사에 나선 것은 약속위반이라고 말해 만약 선별처리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시는 이같은 「사전묵계」에 따라 조합원 전부가 들어갈 수 있는 땅면적을 측정,3만5천5백5평을 특별 공급키로 했고 사전에 고도제한 완화대책까지 이미 세워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한보측은 그동안 다른 주택조합시공업체와는 달리 수서주택조합측에 대해 처음부터 놀랄 정도의 「성의」를 보였다.
한보측은 주택조합 시비가 계속 길어져 조합을 탈퇴하는 회원이 늘어나자 이들에게 연리 11.5%의 이자율을 적용해 납입금액을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측의 이같은 호의는 일반주택조합의 경우 조합원이 탈퇴하면 주택조합이 납입금액만 환불해 주는 원칙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인 것이어서 의혹을 더욱 짙게하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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