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 전원 대통령이 임명' 방통위법 조항 개정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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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8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 안에 대해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결과를 최종 입법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추진위의 이 같은 발표는 이날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가 입법 예고안을 공식 거부하고 한나라당 등 야당이 "대통령이 방송을 장악해 선거를 치르려 한다"며 비판한 데 따른 것이다.

◆뭐가 문제됐나=통합 기구 구성의 한 축인 방송위는 "국무조정실이 주도한 입법 예고안은 방통위의 직무상 독립성을 보장하지 않아 방송의 독립성과 공익성, 공공성을 구현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법안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방송위는 방통위원 구성 과정에서 국회가 배제된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이 위원 5명 모두를 임명한다. KBS 이사를 추천하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를 임명하는 등 방송계 인사에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위원회 자체가 대통령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사무처 직원의 신분이 일반직 공무원으로 바뀌면서 생길 문제도 제기했다. 독립성이 필수인 방송정책을 행정관료가 좌지우지할 수 있게 돼 예전 '공보처' 같은 기관이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공보처가 사라진 뒤 문화관광부가 한시적으로 방송업무를 담당했으나 2000년 방송위가 출범하면서 관련 직무가 방송위로 이관됐다. 방송위 관계자는 "법안에 따르면 방송의 독립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공무원이 방송업무를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안 수용 불가"=정부 안에 반대하는 곳은 방송위만이 아니다. 방송위 노조와 야당, 시민단체까지 전선은 넓다. 방송위 노조는 "정부 안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무시했다"며 반발, 8일 업무를 거부했다. 위원회 직원의 신분이 당초 방송위가 요구한 '특수직 공무원' 대신 '일반직 공무원'으로 결정돼 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방송통신융합특별위원회(위원장 이재웅)는 정부 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독자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맞는 기구를 만들기 위해 업무와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데 올해 말까지 기구를 꾸리겠다는 대통령 생각에 맞추려 업무 조정도 매듭짓지 못한 채 법안만 졸속으로 내놨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내년 1월 말까지 독자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기구 출범과 관련, 여당과 합의하지 못하면 내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민 뜻 다르면 반영할 것"=이처럼 입법안에 대한 반발과 논란이 커지자 추진위는 한 발짝 물러섰다. 추진위는 11일 공청회를 열고 각계 여론을 수렴한 뒤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 고위관계자는 "국회가 위원 9명 중 6명을 선임하는 방송정보통신심의위에 방송국 이사 선임권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철·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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