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부정에 자성목소리 음악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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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음대입시 부정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음악계가 몸살을 앓고있다. 한국음악협회 제16대 이사장선거(30일·프레지던트호텔)에 단독 출마한 정회갑 현 음협이사장이 「선거용 서신」을 회원들에게 보내 빈축을 사고 있는가 하면 『이런 와중에 양심선언하는 음악인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음악계의 절망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란 자생의 소리도 높다.
지난 28일 l월호 『한국음악협회보』와 함께 동봉된 「제16대 음협 이사장 입후보에 즈음하여」라는 자랑일색인 정 이사장의 선거용 인쇄물을 받은 30대 성악가 이모씨는 『한국의 양악 1백년사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지금 한가하게 「한국음악총람」을 곧 내놓게 됐다고 생색낼게 아니라 음악인들의 자생하는 마음을 널리 알리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든지 음악인 윤리헌장이라도 만들려고 서둘러야 하는게 아니냐』며 분개했다.
40대 피아니스트 김모씨도 『만일 뜻 있는 음대교수나 학생·학부모가 양심선언으로 우리 음악계의 비리를 속시원히 밝혀 끝간데 없는 소문과 억측이 빚어내는 불신의 실체를 드러내고자 해도 주변의 동료나 선후배 등이 부정과 연관있으면 인간적으로 감히 나설 수 없지 않겠느냐』며 『이럴 때 스스로 종아리를 걷는 자세로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전국 1천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음협뿐』이라고 강조했다.
작곡가 김규현씨는 『지금껏 음협이 제 구실을 못하니 음악인들이 소규모 음악단체에 소속된 것은 명함에 박아넣으면서도 음협회원이란 사실은 빼놓을 정도가 됐는데 이번에도 역시 시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진통을 음악계가 새로이 출발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으려면 음협이 재정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대입시 부정사건이 전사회적 문제로 부각돼 당국이 예능계 대입개혁안을 만들고자 서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음협이 가장 바람직한 음악교육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자칫 음악인들을 온통 「우범자」로 보는 시각에서, 근본대책과 동떨어진 졸속한 개혁안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이사장은 음대입시부정사건과 관련, 『선거로 새 이사진이 구성되면 2월초 이사회를 열어 음악인들의 사과하는 마음을 전하고 국민들의 지나친 오해를 풀기 위해 성명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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