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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우랄지역 방사능오염 “초비상”(세계의 사회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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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첼랴빈스크 핵기지서/엄청난양 폐기물 버려/지하수 스며 주민 원자병 걸릴까 “전전긍긍”
오랫동안 전세계 환경론자들과 원자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끌면서도 외부세계와 철저히 차단된 지역이었던 소련의 원자연구센터인 「첼랴빈스크 40」기지가 최근 공개됐다. 지금까지 소련 당국에 의해 그 존재까지도 철저히 부인되었던 「첼랴빈스크 40」기지는 소련이 1946년에 유럽 최초로 원자로를 건설한 지역이며 1949년에는 역시 원자폭탄제조를 위해 플루토늄을 유럽 최초로 추출했던 소련 원자력연구의 산실이다.
「첼랴빈스크 40」기지가 서방에 알려진 것은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인공위성이 우랄산맥부근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시설로 추정되는 일단의 건물군을 촬영하면서 부터다.
미국 인공위성의 촬영 후 몇몇 연구단체들도 이 지역에서 강한 방사능유출의 흔적들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소련당국에 이 지역의 조사를 제의했었다.
그러다가 고르바초프 집권 이후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에야 그 존재가 공개된 것이다.
최근 이 지역을 관찰하고 돌아온 서방원자력 과학자들은 「첼랴빈스크 40」기지에서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엄청난 양의 방사능 유출을 확인했으며 사용시효가 지난 원자로들이 여전히 가동중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서방측 조사단은 이번의 방문을 통해 「첼랴빈스크 40」지역의 오염이 아무런 사전처리 없이 방사능 오염물질을 강에다 방류한 데서 비롯됐다는 소련측의 설명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소련측은 1949년에서 1951년 사이에 방사능 오염물질들을 오브강의 지류인 테차강에 방류시켰으며 1951년 이후부터는 테차강이 오염되고 이로 인해 「첼랴빈스크 40」기지에서 10㎞나 떨어진 「카라치호수」까지도 오염되자 속수무책의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소련 중앙정부는 이에 따라 오염물질의 방류가 더이상 이루어질 수 없도록 두개의 댐을 테차강에 건설했다.
그러나 두개의 댐을 건설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 댐들이 비록 방사능 오염물질의 하류로의 방류를 차단할 수는 있었지만 댐에 저장된 물질들이 계속해서 방사선의 유출량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현재 소련측의 기록으로는 이 댐에는 20만퀴리(방사능성 물질의 질량단위)의 방사능 물질이 저장되어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첼랴빈스크 40」기지가 위치해 있는 우랄지역 관리들은 댐을 보강하는 한편 방사능물질들의 처리를 위해 백방으로 묘안을 찾았으나 현재까진 별 뾰족한 수를 찾아낼 수 없었다.
소련당국이 현재 가장 우려하고 있는 사태는 댐에 저장된 물질들이 지하수를 오염시켜 우랄지역 주민들을 원자병에 걸리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카라치호수 주변의 방사능 오염도는 겨울철에는 한시간에 20렘(여름철에는 한시간에 18렘)에 이르고 있고 1957년에 발생한 「조그마한」 폭발사고로 대기오염도 심각해 키슈틴지역의 경우 4천퀴리 이상의 농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미국이나 소련에서는 핵연료를 취급하는 사람들에게 한해에 5렘 이상의 방사능이 쏘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사방 ㎞당 허용되는 최고치는 2퀴리인데 「첼랴빈스크 40」기지의 상태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첼랴빈스크 40」기지 주변은 소련당국에 의해 특별관리되고 있으며 특별군대의 감시와 보호를 통해 외부와 격리되어 있다.
그러나 소련 과학자들과 정책당국자들의 방사능 피해에 대한 우려는 체르노빌 사건 이후 점증하는 지역 주민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함께 최근에야 이 지역을 외국에 개방하고 문제의 해결을 위한 조언을 구하게 된 원인이 됐다.<김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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