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승리예상… 서방·아랍 분석가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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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걸프전후 아랍세계 정치적 격변”/단기전때는 온건세력 입지강화/반미 격화로 민족주의자 급부상/후세인 제거되면 정치공백 초래
페르시아만전쟁이 끝나면 아랍 세계가 심한 정치적 혼란과 반서방 폭력사태를 맞게될 것이며 아울러 회교원리주의자들이 크게 부상할 것으로 서방과 아랍분석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고 가말 나세르 이집트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언론인 모하메드 헤이칼은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정치적인 대격변을 목격하게될 것이다. 페르시아만 전쟁은 마치 「노아의 홍수」와도 같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전쟁은 중동지역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방외교관들과 아랍분석가들은 특히 미국주도의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내기 위해 무력을 사용함으로써 반미감정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페만전은 이라크와 요르단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에 큰 불안을 야기시키고 페르시아만 지역의 보수적인 왕국들과 토후국들에 거센 정책개혁의 바람을 몰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지역에서 15년간 근무한 한 카이로주재 외교관은 『중동전역이 엄청난 혼란과 긴장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테러가 빈발하고 회교원리주의자들이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로코에서부터 파키스탄에 이르는 지역의 모슬렘 활동가들은 회교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사실에 격분하고 있다. 알제리와 튀니지의 회교원리주의자들과 팔레스타인 과격파들은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민족주의와 반 시온주의 및 반식민주의에 젖은 많은 아랍인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어하고 이라크를 쿠웨이트에서 몰아내기 위해 서방군대를 끌어들인 것을 굴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고위관리들은 다국적 동맹군이 이라크에 대해 속전속결로 승리를 거두면 아랍세계 온건세력들의 입장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
이집트의 관리들도 이같은 생각이다. 한 회교신문의 비난기사를 제외하고는 다국적군에서의 이집트 역할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
바그다드에서 근무한 한 외교관은 현재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뒤를 이을 마땅한 지도자가 이라크에는 없다고 지적,후세인이 제거되면 이라크에는 정치적 공백이 생길 것이며 그렇게 되면 북에서는 쿠르드족과 남에서는 시아파 회교도들의 자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후세인 요르단왕은 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아랍세계에는 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무력사용은 일부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해 우리는 오래도록 헤어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관들은 페르시아만 국가들로부터의 지원중단과 해외근로자들의 송금감소 및 유엔의 경제제재로 인한 이라크와의 교역중단등으로 현재 후세인왕의 입장이 약화되었다고 지적하고 『후세인왕은 사담 후세인과 계속 가까이함으로써 국내에서는 인기를 얻었으나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시아만 국가들로부터는 분노를 샀다』고 말했다.<카이로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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