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업무보고 취소… 전군 지휘관 영내대기/개전직후의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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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주미대사,오전 7시 “임박” 타전/국방부는 미서 사전통보 못받아/전국 경찰에 아랍 테러방지 지시/검찰 생필품 사재기등 단속강화
○미 대사에 전화로 언질
○…청와대는 17일 오전 페르시아만 전쟁발발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전 10시에 갖기로 예정됐던 「교육혁신·국민정서함양」에 대한 내각의 연두 업무보고를 연기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긴급 소집하는등 즉각 비상태세에 돌입.
정해창 비서실장은 미국의 공격개시 시간인 이날 오전 8시30분에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오전 9시쯤 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과 함께 본관에 올라가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
노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의 긴급 소집을 지시하고 오전 10시 수석비서관들을 불러 분야별로 정부의 대비책을 점검한 후 ▲전군의 경계태세 강화 ▲치안비상태세 돌입 ▲공무원들의 비상근무태세 조치 ▲경제관련 대책 등을 차례로 지시.
한편 미국의 개전통보는 워싱턴주재 한국 대사관과 주한 미대사관을 통해 이뤄졌는데 그레그 주한 미대사는 개전 30분쯤전에 김종휘 대통령안보보좌관에게 전화로 『공격개시가 임박했다』고 알려왔다.
전쟁발발에 따라 미국이 한국군의 파병을 요청할 것인가가 긴급 관심사로 대두됐으나 청와대·총리실·외무부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미측의 요청이 전혀 없었으며 페만전쟁이 다국적군의 전면 공격이어서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국회 동의절차등 많은 시간이 필요한 한국군 파병이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미측이 요청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당직자회의 긴급 소집
○…민자당은 17일 오전 페르시아만 전쟁발발 소식이 긴급 뉴스를 통해 방송되자 예정에 없던 고위당직자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상도동 자택에서 당사에 있던 정순덕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오전 10시에 긴급회의 소집을 지시하고 당도 비상대응체제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임시국회 소집에 협력
○…평민당은 17일 김대중 총재 주재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페르시아만 개전에 따른 대책을 논의,▲24일로 예정된 임시국회를 21일로 조기 소집할 것 ▲19일로 예정된 노태우 대통령과의 여야 영수회담을 필요하면 18일로 앞당길 것을 제안했다.
○…국방부는 페만전쟁과 관련,17일 오전 11시 국방부정책회의실에서 국방부와 합참의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전군에 중대장급이상 지휘관의 영내대기 지시를 내리는 등 특별 경계강화에 들어갔다.
이종구 국방장관은 『미국측으로부터 전쟁개시에 대한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바 없다』고 밝히고 『그러나 우리 정보망을 통해 오전 8시쯤 이같은 사실을 확인,정호근 합참의장을 통해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작전·정보·동원·통신·군수 종합상황체계에 들어가라고 지시하고 만일에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오판에 의한 도발 등에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도록 지시했다.
국방부는 17일 오전 11시 현재 북한의 특이한 군사움직임은 없다고 밝혔다.
○한미 군사협조에 혼선
○…국방부는 당초 미측으로부터 작전개시 통보를 오전 8시40분쯤 받았다고 발표했다가 오전 11시 긴급 대책회의에서 이종구 장관이 『통보받은 바 없다』고 부인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미간 군사협조체제에 「혼선」이 있음을 시사.
정호근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리스카시 한미 연합사령관과 접촉이 없었고 이종구 장관도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의 동태에 아직 특별한 도발징후가 없어 데프컨3의 발령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밝혔는데 국방부 관계자가 통보를 받았다고 잘못 발표를 했던 것으로 확인.
○…이종구 장관등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전 8시쯤 자체 정보망을 통해 페만전쟁 발발 사실을 확인하고 즉각 전군에 특별경계 강화지시를 내리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
이장관은 출근하자마자 미리 나와있던 국군통신정보 부대장으로부터 미국의 공격개시 사실을 보고받고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사실의 진위여부를 확인토록 지시.
○현지 의료진 연락 안돼
○…한국군 의료진이 파견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누아이리아와 리야드간의 국방부 전용 통신회선이 「현지 사정」으로 개통되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이 터져 현지 의료진과의 직접연락이 안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통신과 국방부에 따르면 국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간의 통신회선(1회선)은 지난 14일 개통돼 시험중이나 리야드∼누아이리아간 회선의 구성이 현지 사정 때문에 뜻대로 안돼 국내와의 연락은 사우디대사관의 무관을 통해 파우치(외교행낭)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밖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국방장관은 17일 『이번 페만 의료지원단 파견에는 창군이후 처음으로 우리 공군의 C130 최신형 수송기 2,3대가 동원된다』고 밝히고 『이는 우리나라의 국력은 물론 공군력이 크게 신장됐음을 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공군기 사용의 의미를 강조.
○…정구영 검찰총장은 17일 페르시아만에서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생활필수품에 대한 사재기와 유언비어 유포 등을 강력히 단속하라고 전국 검찰에 긴급 지시했다.
○…외무부가 이날 미국측으로부터 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을 공식 통보받은 것은 오전 9시15분 주한 미대사관으로부터.
주한 미대사관은 이날 오전 9시에 『이라크에서 군사작전이 개시됐고 오전 9시10분 백악관대변인이 이를 공식 발표했다』고 통보.
그러나 워싱턴의 박동진 주미대사는 현지시간 16일 낮 미 백악관측으로부터 『유엔안보리의 결의 실천을 위한 미국 및 연합국의 대 이라크 군사작전 실천이 임박했다』는 특별연락을 받고 이를 외무부에 긴급 타전.
박대사가 이상옥 외무장관 친전으로 보내온 이 전문이 도착한 것은 이날 오전 7시쯤.
○…치안본부는 17일 페만전쟁의 발발에 따라 이라크를 지원하고 있는 중동 일부국가나 중동 테러단체의 극단분자들이 다국적 파병국가나 미국 지원국가에 위장침투해 테러활동을 획책할 우려가 있으니 이에 대비하라고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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