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테마] 부동산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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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1828~1910)의 단편소설 제목은 부동산 광풍에 휩싸인 우리 사회에서 죽비소리처럼 들려온다. 가난한 소작농 바흠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에게 땅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바흠은 1000루블만 내면 원하는 만큼 땅을 갖게 해주는 마을을 찾아간다. 마을 촌장은 바흠에게 하루 동안 밟고 온 땅은 모두 주겠다면서 단서를 붙인다.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이 자리에 오지 못하면 땅을 갖지 못할 것이오."

바흠은 많은 땅을 갖고 싶어 걷고 또 걷다 해질 무렵 발길을 돌린다. 가까스로 출발지에 돌아온 바흠은 하루 동안 거쳐온 땅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가 차지한 땅은 무덤으로 쓸 한 뙈기뿐이었다. 지쳐 쓰러진 뒤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사회가 꼭 바흠의 모습과 닮았다. 땅에 목숨을 거는 듯한 형국이 서로 같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은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데 있다. 부동산 투기가 만들어내는 불로소득은 근로 의욕을 꺾어 생산성과 국제경쟁력마저 떨어뜨린다. 부동산 열풍을 어떻게 잠재워야 할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공공 부문의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시장에 맡기자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불완전한 시장 기능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바흠처럼 땅과 목숨을 맞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가 부동산 문제로 주저앉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김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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