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Great ! 큰물에서 일하는 맛 Energetic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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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GE코리아의 ''수퍼 루키 ''들이 서울 청담동 GE타워에 걸려있는 ''GE방정식'' 아래서 포즈를 취했다. 이들은 재무 관련 핵심인재를 키우는 FMP(재무관리자 양성 프로그램)과정에 다닌다. ''GE방정식''은 GE의 가치를 구현하는 방법론을 정리한 것이다. 즉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열심히 하면 꿈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왼쪽부터 이고은·장윤태·홍윤표·구윤정·이승은씨.

GE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다. 지난해 1500억 달러(약 142조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은 183억 달러. 항공기 엔진부터 방송연예오락 사업까지 한다. GE의 한국법인인 GE코리아도 지난해 16억 달러(약 1조50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GE의 냉장고.다리미 등을 기억하는 소비자가 꽤 있지만 가전 사업이 GE코리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에 불과하다.

GE는 덩치뿐 아니라 '인재사관학교'로도 유명하다. '6시그마'나 '360도 서베이'란 경영혁신제도를 고안해 세계에 전파시켰다. 독특한 리더십 교육으로 잭 웰치 같은 스타 경영자들을 여럿 배출했다. GE코리아도 미국 본사의 경영 시스템을 그대로 따른다. GE는 '핵심 인재를 골라 집중적으로 기른다'란 인재 양성 철학을 고수한다. 직급별로 5단계로 나눠 하는 리더십 양성 교육은 아무나 받을 수 없다. 사내 평가에서 20~30% 안에 드는 직원들만 교육을 받는다.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을까.

GE코리아 홍영대 인사담당 상무는 "역량 검증 과정이 워낙 투명해 그런 불평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해마다 자신이 달성할 목표를 써내고 상사와 상의해 조정한다. 1년 뒤엔 그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점검해 평가를 받는다. 업무 실적이 좋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상사와 동료.후배로부터 동시에 평가받는다. '360도 서베이'란 평가다. "한국 대기업에 길든 사원들은 별로 반기지 않는다"며 홍 상무는 사례를 하나 들었다. GE코리아의 한 직원이 미국 본사의 행사에 참여한 뒤 돌아오기 전 본사 임원으로부터 "당신은 이 행사에 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그 직원이 본사 고위 임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 홍 상무는 "고위 간부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선 말단 직원이 좀체 입을 열지 않는 것이 한국 관행이지만, GE는 좀 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홍 상무는 면접의 8가지 체크사항은 ▶호기심 ▶열정 ▶요령 ▶합리성 ▶팀워크 ▶실행력 ▶열린 마음 ▶활력이라고 공개했다. '요령'이란 어려운 일을 쉽게 해결하고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활력'은 일을 즐겁게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활력을 불어넣는 성격을 말한다.

세계 1위 기업이지만 급여를 많이 주지는 않는다. GE코리아의 초봉은 국내 대기업과 엇비슷하다. 대략 2300만~3000만이다. 그러나 실적에 따라 얹어주는 성과급이 있어 사람마다 받는 급여 차이는 많은 편이다. GE는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한다. GE 본사는 지난해 직원의 교육.훈련에만 10억 달러(약 9500억원)를 썼다.

GE는 30년 전 처음 한국에 진출했을 때부터 주5일 근무제를 실시했다. 휴가는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라 2~3주씩 다녀오는 사람도 꽤 있다. GE코리아는 신입사원을 잘 뽑지 않는다. 일부 계열사가 가끔 영업 신입사원을 뽑은 적이 있지만 수시로 경력직을 많이 뽑는다.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선호한다. 현재 GE코리아의 직원은 1500여 명. 연간 150명 안팎의 직원을 채용한다. 경력직으로 GE코리아에 지원하려면 홈페이지(www.ge.co.kr)를 수시로 방문해 채용정보를 얻어야 한다. 신문이나 채용 포털에 채용공고를 내지 않는다.

임미진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GE(General Electric Company)=1878년 에디슨이 세운 에디슨 전기조명회사에서 출발했다. 100여 개국에 사업 거점이 있다. 전 세계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31만5000여 명이다.

-설립:1976년

-직원:1500여 명

-매출:16억 달러(1조5000여억원, 2005년 말 기준)

-계열사:GE플라스틱코리아.GE센싱코리아.GE헬스케어코리아.GE에너지코리아 등 25개 계열사 보유

■ Q & A
-채용 시 어떤 점을 많이 보나.

"GE의 가치를 잘 구현할 사람인지를 따진다. 경력사원을 많이 뽑는 만큼 그동안 경력을 쌓은 분야가 우리가 찾는 업무와 맞는지, 그 전 직장에서는 어떻게 일했는지도 확인한다. 이전 직장에 전화해서 평판을 물어보기도 하지만, 솔직하게 대답하지 않는 한국 풍토상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일상적인 e-메일과 회의는 영어로 진행되는 만큼 영어 실력은 기본이다.

-근무평가는 어떻게 하나.

"GE는 성과에 따라 기회를 준다. 평가도 비교적 공정하다. 여러 계열사에서 일할 수 있다. 업무 강도는 센 편이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만 제때 해낼 수 있다면 굳이 야근을 안 해도 된다."

-해외 근무 기회는 많나.

"GE는 어떤 직무에 사람이 필요하면 전 세계 법인과 연결돼 있는 인트라넷에 인사 공고를 낸다. 미국 본사에서 마케팅 담당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나면 한국 직원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GE코리아 직원의 3% 정도는 해외 근무 경험이 있다."

■ 신입사원

GE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 중 FMP(Financial Management Program.재무관리자 양성 프로그램)라는 게 있다. GE가 소수의 엘리트를 뽑아 강도 높은 교육을 시키는 일종의 '간부후보생' 양성 코스다. 39세에 GE플라스틱의 글로벌 CEO가 된 샤린 베글리가 바로 FMP 출신이다.

올 1월 입사한 홍윤표(27.GE플라스틱 코리아·사진)씨도 FMP 과정을 다니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전 학년 평점이 4.15점(4.5점 만점)이고 토익 영어점수가 985점이다. 영어회화도 능통하다.

대학 재학 중 HSBC.아서 디 리틀·암참·네덜란드 대사관에서 인턴을 했다. 이런 경력의 그가 GE를 선택한 이유는 뭘까. 홍씨는 "여러 인턴 생활을 하면서 재무 분야가 내 적성에 맞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일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았고 GE의 FMP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30~40명의 경쟁자와 다섯 번이나 면접을 보고 최종 3명 안에 들었다고 한다. 어렵게 뽑혔지만 근무 강도는 센 편이다. 그는 과장이 하는 일을 한다.

매일 오전 1~2시까지 일하는 것은 기본. 매달 일본서 GE말레이시아·GE중국 등 아시아 지역법인의 FMP들과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본다.

"갓 입사한 제가 GE플라스틱의 글로벌 CEO와 전화로 업무를 논의한다.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데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런 그의 10년 뒤 꿈은 뭘까. 다소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선교사'다. 그러면 왜 그렇게 힘들게 경영을 배우느냐고 물었다. "선교도 열정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 리더십과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싶다." 그는 이런 대답을 면접에서도 똑같이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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