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값 15∼20% 하락/일손부족·UR위기·외지인규제 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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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평당 3∼4천원씩 싸게 팔고 도시로/매물농지 전체의 10%나
전국의 논값이 15∼20%씩 크게 떨어져 농민들이 2중고를 겪고 있다.
논값 하락현상은 근래 없던 일로 작년까지 천정부지로 치솟는 도시 땅값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같은 논값 하락은 만성화된 농촌의 일손부족과 정부의 저수매가 정책으로 농업경영구조가 악화되면서 올들어 이농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진행되면서 농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새로 시행된 종합토지세법·농지임대차법에 따라 부재지주의 농지가 중과세 대상이 된데다 소작계약을 맺어야하고 임대료에 세금이 부과되는 등 세금과 번거로운 절차때문에 농지를 팔려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도 논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논값 하락은 전국의 농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충남 부여군의 경우 16개 읍·면중 홍산면등 4개면의 논값이 크게 떨어져 지난해 9월까지 평당 1만8천원 하던 논이 올들어 1만5천원에 거래됐다.
전북 고창군에서는 마지기당(3백평) 쌀 25가마(시가 2백50만원 상당)에 매매되던 논이 20% 내린 쌀 20가마에 거래되고 있다.
충북 중원군 소태면의 경우도 지난해 6월 평당 1만5천원 하던 논값이 올해에는 1만2천∼1만3천원까지 떨어졌다.
전남 화순군 청풍면 신리마을 장홍기씨(39)는 『지난해까지 논값이 매년 물가인상수준만큼은 올랐으나 올들어서는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며 『이웃 농가는 3천여평의 논을 지난해에 비해 평당 3천∼4천원씩 떨어진 가격에 팔아버리고 도시로 떠났다』고 말했다.
올들어 논을 팔려고 내놓은 농가는 전체 농가중 일부지역의 경우 5∼10%에 이르고 있다.
고창군 상하면 용대리 이경규씨(33)는 『이곳 전체 농가 50가구중 4가구가 농사를 포기한 채 논을 내놓았다』며 『농사를 지어도 수지가 맞지 않아 논을 내놓는 농가가 많다』고 말했다.
중원군 소태면 박종석씨(38)는 『농사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 부업을 찾거나 전업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며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호탁교수(농업경제학)는 『농지가격 하락은 도농간 형평을 외면한 정부의 농정실패가 초래한 결과며 개방화 이후 안정된 농산물가격 보장등 농민이 신뢰할 수 있는 농업정책이 마련되지 못한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며 『정부는 농업과 농민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실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김남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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