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미숙… 가이후총리 당 내외서 “궁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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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재선겨냥… 한일 관계개선·동남아 등 순방/파벌정치 역학 도사려 「장래」는 예측불허
가이후 도시키(해부준수) 일본 총리의 이번 방한은 한일 양국간 현안문제 협의 등 드러난 명분외에 가이후 총리의 자민당내 정치적 입지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를 「재선의 해」로 보고 있는 가이후 총리는 외교면에서의 성과를 자신의 재선에 필요한 필수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다.
가이후 총리는 88년 8월 리크루트 부정사건,우노(우야종우) 전총리의 여성스캔들 등으로 야기된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대타」로 출범했다.
그러나 당초 단명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가이후 총리는 그 신선한 이미지가 의외로 일본 국민에게 어필,올해로 집권 3년째를 맞고 있다.
내친걸음에 재선까지 직행하려던 가이후 총리는 지난해 우루과이라운드,페르시아만 사태 등에서 외교적 미숙을 보여 현재 당 내외적으로 상당한 궁지에 몰려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가이후 총리는 외교적 수완과 지도력의 결핍이란 총리로서의 치명적 결함을 치유하기 위해선 외교면에서 괄목할 업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방한을 시작으로 ▲아세아(동남아국가연합) 5개국 순방(1월) ▲일­북한 국교정상화 본회담(1월말) ▲부시 미 대통령 방일(3월)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방일(4월) 등으로 계속되는 빡빡한 외교일정은 가이후 총리에겐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현재 일본 정가에서 나돌고 있는 가이후 정권의 수명에 관한 설은 크게 ▲5월 퇴진설 ▲7월 퇴진설 ▲10월 임기만료설 ▲계속 유임설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우선 5월 퇴진설은 일본 지방의회 의원의 4분의 1 가량을 뽑는 통일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이 참패할 경우를 상정한 것이고,7월 퇴진설은 선거참패로 실질적 통치력은 상실했지만 7월에 중대한 서방 7개국 정상회담(G7)이 예정돼 있는 만큼 그때까지는 주자를 바꿀 수 없다는 관측이다.
10월 임기만료설은 현재로선 가장 상식적 전망으로 다케시타(죽하등) 전총리나 가네마루(금환신) 전부총리 등 최대 파벌인 다케시타파 영수들도 「가을까지는 가이후 총리를 후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놓고있다.
마지막으로 가이후 계속 유임설은 예정된 외교일정의 성과,지방의회선거의 승리,그리고 소비세·토지문제 등 국내 현안문제의 원만한 타결 등 3박자를 갖춘후에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가이후 총리가 파벌역학이 엄존하는 일본 정치현실속에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재기를 노리는 다케시타 전총리,아베(안배진태랑) 전자민당간사장,미야자와(궁택희일) 전대장장관,와타나베(도변미지웅) 자민당 전정조회장 등 각파 영수들이 버티고 있고 그뒤를 오자와 자민당간사장,하시모토(교본용태랑) 대장장관 등이 맹렬한 기세로 추격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중 가장 주목해야할 인물은 오자와와 하시모토 두사람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힘의 일본」을 주장해온 매파 엘리트로 언젠가는 일본을 이끌고 나갈 총리감으로 지목돼온 인물들이다.
따라서 우리로선 정치적 계산을 깔고 있는 가이후 총리의 방한 보따리를 찬찬히 훑어보아야 함은 물론 일본의 정치세력 판도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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