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정치권 세대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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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1세기를 준비하는 향후 10년간 우리사회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전문가들은 90년대의 격변을 예상하면서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90년대 초반 각 사회세력이 활발한 정치참여운동을 벌이는 혼란과 격동기가 점차 온건이념의 합법투쟁으로 정리된다. 90년대 중반 선거를 통해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며 다양한 사회세력은 보다 전문화된 영역별로 영향력을 키워나가 다원사회·민주사회의 기틀이 다져질 것이다.
이같은 전망은 미래학연구 단체인「미래구상연구소」(회장 공성진·한양대 교수)의 설문조사결과에서 드러났다. 앞으로 일어날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 준비해나갈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만들어진 연구소는 1차 작업으로 향후 l0년간의 변화에 대한 각계 전문가 50명의 전망을 두 차례의 반복설문을 통해 조사했다.
조사대상이 된 전문가들은·학계·언론계·경제계·정부 등 각 분야의 미래정보관계 종사자들로 절반 가량이 박사학위수료 이상의 학력이며, 10년 후 우리사회의 중추집단이 될 30대 중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조사는 학생운동·노동운동·농민운동·여성운동·시민운동·종교세력의 사회참여와 기업가들의 집단대응 등 7개 부문으로 나눠져 진행됐다. 분야별 전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학생운동=지방의회·국회·대통령선거가 계속되는 92년까지 반정부투쟁과 통일운동을 주요쟁점으로 정치투쟁에 치중할 것이다. 그러나 점차 교육내용·시설행정 등 학내 민주화운동을 강조하는 온건노선이 확산되면서 정치보다 사회·문화적 쟁점이 부각될 것이다. 95년 이후에는 온건개혁노선이 학생운동을 주도하면서 전반적으로 학생운동의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은 쇠퇴해갈 것이다.
◇노동운동=80년대 괄목할 만한 성장으로 지난해「전국노동조합협의회」라는 전국조직까지 결성됐는데 이같은 추세는 90년대 초반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는 93, 94년이 전환점이 돼 기존의 임금투쟁에서 노동환경·근로조건·주택 등 노동복지문제로 주요쟁점이 바뀌고 합법적인 정치참여를 적극 추구할 것이다.
95, 96년에 이르면 사용자 집단과의 대립보다 타협을 통한 실질적 협상능력을 증대해갈 제도적 장치를 정착시켜갈 것이다. 독자적 노동정당 결성의 가능성은 크게 높지 않으며, 그러한 노력이 있더라도 95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사용자(기업가)집단의 변화=92년까지 노동운동과 대립관계를 지속할 것이며 노사갈등은 심화된다. 이러한 대결구조에서 입지강화를 위해 사용자간 상호연대를 강화해갈 것이며 동시에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할 것이다. 특히 91, 92년의 선거기간은 정치자금 제공에 따른 정치적 영향력 증대의 좋은 기회이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일방적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93, 94년께부터 노동복지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감으로써 노동운동과의 대립을 완화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95, 96년부터 제조업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자동화·다국적 기업화가 추진될 것이며 노사협조관계가 정착해갈 것이다.
◇농민운동=91, 92년까지 농산물수입개방에 대한 저항운동이 격렬화 될 것이며 농민출신 농민운동 지도자가 부상할 것이다. 한편 자구책으로 유기농법확산·농산물직거래운동이 적극화될 것이다. 그러나 95년 이후 이농과 농촌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농민운동 자체의 사회적 영향력은 쇠퇴해갈 것이다.
◇여성운동=당분간 별다른 변화는 없겠지만 93, 94년부터 취업여성증가와 함께 여성복지요구가 본격적으로 대두, 사회쟁점화 될 것이다. 생활계몽·소비자보호·미디어감시등이 활발해지면서 95, 96년에는 확고한 사회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며 여성의 정치진출도 늘어날 것이다.
◇종교세력의 사회참여운동=91, 92년까지 종교인들이 증가하며 통일운동·반정부투쟁등 정치적 쟁점이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93, 94년께부터 다양한 사회문제로 쟁점이 확산돼가며 95, 96년께부터는 교회쇄신운동 등 자기성찰도 있을 것이다.
연구소는 조사결과가 매우 낙관적인 이유로▲현재의 국내외적 호조건이 지속되리라는 가정에 근거한 조사며▲응답자들의 잠재적인 미래에의 기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자평한다. 연구소 측은 이같은 조사를 정기적으로 계속해갈 예정이며 이번 조사결과는 곧 발간될 격월간『포럼21』에 실릴 예정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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