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고국의 겨울(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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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무작정 입국했지만 앞이 막막했었습니다. 다행히 지행옥박사와 병원 관계자들이 흔쾌히 맞아줘 아들이 건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4일 오후 한양대부속병원 822호실.
중국 연길시에 사는 교포 서분숙씨(37)는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 임호군(2)을 바라보며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글썽였다.
호군이 선천성심장기형인 「심실중벽결손증」 진단을 받은 것은 생후 15일만인 2년전의 일.
호군 부모는 감기에 걸린 아들을 연길의료원에 데려갔다가 억장이 무너지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하지만 보일러공장 공원인 아버지 임수길씨(37)의 수입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한숨만 이어지는 답답한 나날을 보내던 임씨 부부에게 실낱같은 희망을 안겨준 것은 호군의 외삼촌.
외삼촌 서선범씨(34)가 지난해 9월 관광안내를 맡아 알게된 김태섭씨(50·서울 이수중교사)에게 조카의 딱한 사정을 털어놓자 『한국에 가서 한양대부속병원 지행옥박사를 찾아가 보라』는 조언을 임씨 부부에게 전달했다.
임씨 부부에겐 아무 연고도 없는 고국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는 막막함보다는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앞섰다.
어머니 서씨와 호군이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달 15일.
홍콩을 경유해 이틀만에 가까스로 한국에 온 서씨는 그길로 한양대부속병원 흉부외과 지박사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애를 살리기 위해 무작정 왔으니 도와달라』는 어머니 서씨의 눈물어린 호소에 병원측은 한국심장재단의 수술비 부담을 주선,호군은 지난달 21일 성공리에 수술을 마쳤다.
어머니 서씨는 『하루속히 힘차게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며 『고국동포의 도움으로 아들이 새 삶을 찾게된 이 은혜를 평생 못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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