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물가·저 성장...곳곳에"먹구름"|그림으로 보는 새해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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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올해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
경제지표 상으로는 성장·물가·국제수지 등 어느것 하나 작년보다 나을게 없다.
2차 석유파동 뒤 80년대 초 겪었던 국내외 경기침체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생산성 향상보다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노사문제도 심상치 않은데다 지자제 의원선거도 끼어있다.
밖으로는 페르시아만 사태에 따른 고 유가현상이 세계경기를 끌어내러 우리의 수출환경을 악화시킬 우려가 짙다.
국제원유가격은 페만사대진전에 따라 좌우될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배럴당22달러수준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의 수출시장인 선진국의 성장이 더디고 세계교역량 증가율도 떨어질 것이다.
와트슨 경제연구소(WEFA)는 올해 선진국경제성장률이 작년의 2.5%에서2.1%로 낮아지고 세계교역량 증가율은 7.1%에서 5.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초에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선진국과의 통상마찰도 가중될 것이다.
소련의 국내정세가 변수로 남아있지만 한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방국가와의 교류와 협력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대 내외경제여건 속에서 정부나 각 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전망을 작년보다 어둡게 보고있다.
작년에는 우리나라가 9%이상의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올해는 한은 전망치 7.3%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7%수준을 내다보고 있다.
정부나 한은보다 KDI(한국개발연구원)및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올해 경제전망은 더 어둡다.
KDI를 비롯, 삼성·신한·대자·제일·현대 경제연구소는 올해 성장률을 82년 이후 가장낮은 6.2∼6.6%로 잡고 있다.
KDI는 고 물가·저 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며 금융·재정긴축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설 정도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은 올해 우리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대내외적으로 해결해야할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성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하고 있다.
내수가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작년과 달리 민간소비가 줄고 수출이 회복되는 등 성장의 내용이 건실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증가율이 작년의 10%에서 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KDI·각 민간경제연구소들도 민간소비증가율을 7∼8% 수준으로 잡고 있다.
건설투자증가율도 작년의26%에서 올해는 7∼15%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성장을 주도해온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증가율이 이처럼 낮아지고 그 외의 경제지표는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게 정부나 한은의 생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우리경제성장의 버팀목이 될 설비투자가 그렇게 늘어나지 못할 것이라는데 있다.
정부는 올해 실비투자증가율이 작년의 16.8%(추정)에서 10%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11.4%로 전망하고 있다. 민간연구소들도 10∼12%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유가상승에 따른 세계교역환경의 악화와 내수신장 세 둔화를 우려한 기업인들의 투자 마인드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 하겠다.
경상수지는 작년보다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데 모든 기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있다.
정부·한은·KDI등 관변 쪽은 올해 25억∼30억 달러의 경상수지적자를 예상했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전망치(45억∼55억 달러 적자)보다는 그래도 낙관적이다.
성장률 및 설비투자증가율 둔화, 경상수지적자도 문제지만 국민들의 일상생활에서는 물가가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작년 말에 이어 현재 예정된 공공요금을 모두 몰릴 경우 물가압박은 더욱 세질 것이다.
게다가 지자제선거실시로 뭉칫돈이 풀려나간다. 관계당국은 지자제선거로 최소한 3조원이상이 풀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8∼9%,도매물가상승률은 7∼8%가 될 깃으로 전망했다.
물가를 잡자면 정부나 정치권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라는 소리도 높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대부분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연평균 11∼15%로 높게 보고 있다.
9∼9.5%로 예상하고 있는 한은도「통화증발 및 재정팽창이 계속되면 물가가 더 오를 우려가 있다』고 토를 담고있다.
한편 지난해 사상 최악의 침체국면을 연출한 증시는 올해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그다지 큰 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수출을 비롯, 실물경제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고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대권이나 새로운 금융상품이 주식수요를 적잖이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시장개방이 내년으로 다가오고 페르시아만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경우 상승세를 다질 여지도 없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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