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길 자동으로 알려줍니다/「전자항법장치」 곧 실용화(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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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위성·컴퓨터 이용… 노르웨이서 개발/자료입력… 기상변화·충돌­좌초위험지역도 예고/영국도 개발 발표… 무인 선박시대 열듯
각종 위성과 컴퓨터를 이용,항해하는 선박의 뱃길을 자동으로 지시해 주는 전자항법장치가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컴퓨터가 최대한 활용되고 있는 비행기와는 달리 선박은 아직 이 정도에까지는 미치지 못했던 터였다.
항해사들로부터 꿈의 항법장치로 불리는 전자항법장치는 각종 위성을 이용,항해하는 선박의 위치를 컴퓨터스크린에 나타내고 컴퓨터는 기상자료,다른 선박의 위치 등을 종합해 정확한 뱃길을 제시해주게 된다.
기상위성을 통해 컴퓨터에 수집된 기상 정보는 기상변화의 효과를 계산해낸다.
또 선박에 설치된 레이다는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위치를 포착,충돌 가능성이 있을 경우 선원들에게 경보를 발한다.
뱃길과 함께 각종 정보를 나타내는 컴퓨터스크린에는 너무 좁아 배가 통과할 수 없는 곳이나 좌초위험이 있는 곳 등을 사전에 입력된 자료를 기초로 표시해주게 된다.
또 스크린에는 각 항구의 접안능력 및 하역능력을 포함한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이러한 전자항법장치의 개발에 가장 앞선 나라는 노르웨이.
노르웨이는 최근 북해일원을 대상으로 전자항법장치를 장착한 특수선박의 시험운항에 성공했다.
단지 이 실험이 북해의 몇개 항구만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실용화까지는 아직 멀지만 올해안으로 노르웨이 기준으로 개발된 북해 전 항구의 자료가 광디스크에 수록될 예정이다.
전자항법장치가 실제 항해에 이용되기까지는 몇가지 장애가 있는 것으로 지금까지 실험결과 밝혀졌다.
그중 하나는 전자항법장치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큰 위험에 처할 수가 있기 때문에 항상 항해지도가 보조수단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점이다.
또 전자항법장치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대형선박 이외에는 실용성이 적으며 컴퓨터스크린에 표시될 각종 위험표시·뱃길 등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미·영·소 등 3개국이 세계 항해지도 제작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컴퓨터스크린을 위한 표준화에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한 작은 회사가 최근 표준화의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방식의 전자항법장치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햄프셔에 소재한 쿠빗사는 기존의 항해지도 밑에 전자감응판을 깔고 전자펜을 이용,항로를 표시하는 방식으로 표준화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대당 1만파운드(약 1천3백30만원)의 가격으로 제작된 이 전자항법장치는 희망항로를 따라 그려지는 전자펜의 궤적을 전자감응판에서 받아내 컴퓨터에 입력함으로써 거리등 각종 계산을 가능케 한다.
쿠빗사는 이 장치가 기차의 무인운전장치,비행기의 블랙박스 등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빗사의 전자항법장치는 전자펜으로 항로를 결정하다 고장이 발생할 경우 보통펜으로 바꿔 잡으면 되는 것이다.
항해사들의 꿈인 자동항법장치가 실용화되면 앞으로 무인선박까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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