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트렌드" "헌법재판소가 더 바빠질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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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호 04면

29일 막 내리는 21대 국회

국회의원 뒤엔 그를 움직이는 보좌진이 있다. 의원들은 오가도 이들 다수는 남는다. 역대 국회의 기억은 이들을 통해 전승될 수 있다. 격전장이었던 국회 법제사법위 경험을 가진 보좌진 5명을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익명을 전제로 21대 국회에 대한 소회와 22대 국회에 대한 전망을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더 힘들어질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더 바빠질 것이다.”

방점은 ‘더’에 있는 듯했다. 먼저 역대 국회 최대 수준(24일 기준 2만5846건)인 법안 발의부터 물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발의부터 엄청나게 늘었다.
A(더불어민주당 의원실)=“지금은 법제실이나 도서관·언론 등 입안할 인프라가 풍부해지긴 했다. 공천 과정에 (법안 발의가) 정량평가로 들어가니 의원들이 욕심을 낸다. 수적으로 정말 늘었다.”
B(국민의힘 의원실)=“우리 당은 안 보는데, 시민단체·언론·소비자가 평가하고 그걸 유권자가 보니 안 할 수가 없다. 우리 의원도 ‘법이 너무 변화하면 안 된다’였는데 추세를 따라가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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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가 속한 의원실은 각각 150, 160여 건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율사 출신 의원실에 있는 C(국민의힘 의원실)·D(민주당 의원실)는 “법은 어느 정도 완비돼 있다” “바로바로 바꾸는 게 정부 시행령이나 협치 부분의 여지를 없앤다”는 의원들의 소신에 따라 덜 발의했다는데 75건, 90건 정도라고 했다.

의원들이 자신이 낸 법안을 다 아나.
D=“대표발의는 웬만하면 아는데 공동발의까지 알지 모르겠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발의하고 홍보한 의원 중에 정작 법사위 소위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제시하지 못한 일도 있다.”
C=“본회의장에서 본인이 발의한 법안에 반대표를 누른 사람이 있다지 않나. 대안 형태로 반영돼 그럴 순 있지만.”
본회의장에서 법안 내용을 알고 투표하는 건 불가능하겠다.
C·D=“(설명을) 모니터로 볼 순 있는데, 방망이 두드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
A=“본회의에 올라왔다는 건 사실상 여야 합의로 법사위에서 통과된 것으로 생각해, 당에서 특별하게 메시지를 주지 않는 한 찬성을 누른다.”
외부에서 법안을 만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청부입법이 널리 알려졌지만 다른 기관도 있을 듯한데.
B=“협회 등에서 오는데, 해당 상임위와 의견이 맞으면 법사위로 넘어온다. 법사위에서 컷오프되는데, 해당 협회 입장만 있고, 다른 데의 반대 입장은 반영되지 않아서다. 상임위에서 이해관계를 조율 안 하고 ‘법사위에 가면 알아서 정리할 거야’ 이런 경우도 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17대 국회에서부터 있었던 A는 “20대부터 좀 거칠어졌다”면서도 “전체회의에선 카메라 앞에서 이슈로 싸웠지만, 소위는 달랐다. 해당 법안에 대해 부처 차관 등이 엄청난 지식으로 무장한 상태로 오고 의원들과 토론하는 걸 보면 진짜 대단했다”고 전했다. 2020년 연말과 2021년 연초 처리한 상법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예로 들며 종일 하는 소위를 너덧 번 이상했다고도 했다. 그는 “22대에선 이런 사례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왜 그렇다고 보나
A=“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트렌드가 됐다. 한 번 뚫리면 쉬운 길을 계속 선택할 수밖에 없다. 지지층 눈치도 보고. 일방통행 이런 건 20·21대 때부터 발생한 거니 그냥 갈 거다. 그보다 의원들이 깊게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즉자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성이 생기는 게 외려 더 걱정이다.”
B=“대통령이든, 이재명 대표든 서로 각자 한발 물러나줘야 그 밑에서 움직이는 의원들의 룸이 생기는데 그냥 오더를 하니, 원내대표든 수석이든 협상할 여지가 없다.”

이들에게도 22대 국회와 같은 극명한 여소야대는 초유의 경험이다. A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원 구성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재 상임위에서 느끼는 건 정부여당이 별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거다. 여소야대의 구조적 문제를 떠나, 100개의 법안을 처리하면 야당이 전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아니다. 특별한 몇 개를 강행하는 거고 80~90개는 정부여당이 하고 싶은 법이 충분히 있는데 그걸 풀어내는 의지나 방향성은 잘 모르겠다. 22대 국회에선 어쨌든 집권세력이니 그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당(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데, 정부여당이 힘들더라도 (입법으로) 어느 정도 맞서야지, 그렇지 않으면 진짜 국민이 불행해진다”(D), “민주당이 어떻게 할 거라고 전해도 당에선 ‘일단 알겠는데 잠깐’이라며 만다. 부처도 무기력하게 용산만 본다”(E, 국민의힘 의원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C가 이렇게 말했다.

“22대 국회 절망적으로 본다. 민주당은 더 강공일 텐데. 영남 중진 의원들이 너무 많아졌다. 체면치레만 하고 상임위장에서 싸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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