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21대 국회, 민생법안 줄폐기 위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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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호 01면

21대 국회가 29일로 끝난다. 역대 최다 입법 발의(2만5844건) 기록을 남겼지만 가결율은 17대 국회 이후 최저(11.4%)다. 특히 중요한 민생법안은 줄줄이 폐기될 처지다.  ‘외화내빈’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 개혁을 두곤 마지막까지 정치적 공방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연금 개혁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무위로 돌리지 말고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하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도 없는 본회의를 강행하고 일방적인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맞선다. 국회 연금개혁특위가 논의 중인 쟁점은 소득대체율이다. 국민의힘은 43%, 민주당은 45%를 고수해서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데 여야간 의견 접근이 이뤄진 상태다.

그나마 국민연금은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이 살아 있다. 하지만  경제를 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 민생 법안은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29일 무더기 폐기될 위기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육아 휴직 확대부터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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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1만6391건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 정부가 올 초부터 추진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소득세법 개정안 등 입법 과제가 모두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해 있다.

폐기를 앞둔 법안의 상당수는 민생 법안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언급한 대책이 주를 이룬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부 한도를 연간 2000만원(총 1억원)에서 연간 4000만원(총 2억원)으로 늘리고, 비과세 한도도 200만원(서민·농어민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농어민 1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새벽 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등도 국회에 발이 묶였다.

2040 젊은 층의 관심이 많은 저출산 관련 대책도 불발 위기다. 부모가 자녀당 1년씩 최대 2년까지 쓸 수 있는 육아 휴직을 자녀당 1년 6개월씩 3년 동안 쓸 수 있도록 늘리고,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대상 자녀 연령을 기존 8세에서 12세로 확대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등이다.

국가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법안도 ‘소화불량’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반도체 등 국가전략시설 투자액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K칩스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AI 개념을 규정해 산업을 키우고, 규제의 틀을 잡는 AI 기본법도 국회에 멈춰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재정준칙)도 국회 관심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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