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사용제한 AI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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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 산하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조류 인플루엔자(AI)간이 진단키트를 2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놓고도 이를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을 제한해 AI확산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서울신문이 2일 보도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2004년 4월 바이오업체 에스디와 공동으로 AI 감염여부를 현장에서 20분 이내에 정확도 80% 수준으로 가려내는 획기적인 기술의 간이 진단키트를 개발했었다.

신문은 이 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는 기관을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각 시.도 축산진흥연구소, 가축위생시험소, 보건환경연구원 등 44개 공인 국가감정기관으로 엄격하게 제한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양계농가에서 AI가 발생할 경우 이를 조기에 진단해 신속하게 확산방지대책을 수립하는 데 차질을 빚었다.

실제 지난달 19일부터 폐사가 시작된 전북 익산시 함열읍 태진농장도 발병 초기 (주)하림의 산학협력기관인 전북대 수의대에 병성감정을 의뢰했으나 AI진단키트가 없어 ND(뉴캐슬병)라는 엉뚱한 병명으로 오진을 하는 바람에 초동 진화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전북대 수의대 김용준 학장은 "AI진단키트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특히 멸균시설이 없는 곳은 진단키트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북도 축산진흥연구소와 시.군지소 등은 멸균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백세트씩 간이 진단키트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최대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도 자체 실험실을 가지고 있지만 간이진단키트를 가질 수 없다.

이에 대해 일선 양계농가들은 자체 실험실을 가지고 있는 닭고기 가공공장이나 수의과 대학 등은 간이 진단키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림부 관계자는 "진단 키트에는 병원체가 묻는 등 감염 확산의 우려가 높아 국가지정 연구기관이 아닌 대학이나 업체 등에는 지급 또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면서 "미국 등의 경우를 봐도 중앙정부 차원에서만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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