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전례없는 현장조사…필요하면 추가 설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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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을 추진 중인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증원을 위한 전례없는 수요ㆍ현장조사를 실시했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직접 법원에 출석해 의대 증원 결정 과정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의료계와 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재판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107쪽짜리 ‘석명 요청에 대한 답변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이 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조사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10일까지 제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바 있다.

정부는 “사건 집행정지가 인용된다면 의대 정원 증원은 물론 의료개혁은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며 “본안서 청구가 기각된다고 해도 사실상 회복될 수 없다. 국민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이자 공공 복리에 중대한 영향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직접 출석해 증원 과정을 설명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정부는 답변서에서 “의대 증원 결정 등에 더 상세한 설명이나 답변 직접 들으시는 방법이 좋겠다면 사건 결정 전 추가 심문기일을 열어 의대 증원의 주요한 의사결정에 지속 관여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이 소송수행자로서 출석, 재판부께 상세한 답변 직접 드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의대 증원 결정 과정에서 다른 직역에서의 예가 없는 조사를 거치는 등 정책을 꼼꼼히 추진했다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학교별 정원 배분 단계가 아닌 의사 인력 확충에 필요한 전체 정원 규모를 얼마로 할 것인지 정하는 사전 단계임에도, 개별 대학 대상으로 희망 수요를 조사하고, 교육여건까지 확인했다”라고 했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법령상 의무나 절차상 요구 조건도 아니다”라며 “의사 외의 간호사나 약사 등 다른 보건의료계열 정원 결정과 관련해서는 전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 결정 시에만 특별히 실시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또 “대학을 통해 조사한 내용은 증원 희망 수요에 그치지 않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충분한 교수와 강의실, 실습실 등 교육 인프라 확보 여부, 교육 질을 유지하기 위한 대학의 재정투자계획 등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와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총 2회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9회 ▶의료현안협의체 19회 ▶기타 7회(의료계ㆍ대학 공문, 포럼 등) 등 총 37차례 의사 인력 관련 논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 현장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며 올 1월 16일 의과대학 입학정원에 대한 의견제시 요청에 대해 대한종합병원협의회가 매년 3000명씩 5년간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사실을 들었다. 이외로도 사회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며, 보건의료노조(1000∼3000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3000∼6000명), 소비자단체협의회(3000명 이상) 등의 요구를 제시했다.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 지난 2월 6일 열린 보정심에서 의결을 했는데, 25명 중 23명 위원이 참석했고 19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 중에 3000명 증원을 주장한 위원도 있었다. 의사 위원 등 4명은 “굉장히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남대 같은 학교를 20개 이상 만드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서는 지난해 10월 17일 4차 회의에서 위원별 증원 규모를 취합한 결과 10명(1명은 서면) 중 1명을 빼고 최소 300명에서 최대 1만명을 주장했다. A위원은 “1단계로 감축된 351명을 환원하고, 2단계는 의대 수용역량 범위에서 1000명이든 2000명이든 증원을 검토하자”고 했다.

지난 2월 6일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이필수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뉴시스

지난 2월 6일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이필수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뉴시스

B 위원은 “젊은 의사 워라벨 등을 고려해 추계보다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대학 역량에 따라 유치할 최대 수준으로 기회를 확대하고 국시를 통해 평가 및 수급을 조절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전제로 “5000명이든 1만명이든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상당한 규모 확대 필요” “수용역량 범위 가능한 많은 증원 필요” 등의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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