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민생지원금 필요한 상황 아냐…오히려 물가 자극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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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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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민간소비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향후 수출 개선 등으로 실질 민간소비 여력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 부양책을 사용하면 오히려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우회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물가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소비 부진

13일 KDI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물가와 소비 부진(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 현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2022년과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연평균 3.9% 상승했지만, 소득물가(GDP 디플레이터)는 연평균 1.7%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민간소비 부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GDP 디플레이터란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격 수준을 의미한다. 해당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이를 판매하는 국민의 소득도 올랐다고 볼 수 있는데 이보다 소비자물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 소비 부진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KDI는 2022년에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작년에는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소비 대비 소득의 상대가격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실질구매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2022년과 지난해의 실질구매력 증가율은 각각 -0.5%, 0.0%에 불과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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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가격 상승하며 소득 늘어날 것 

올해 1분기에도 민간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연구진은 향후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유가가 2분기 이후 배럴당 100달러선을 이어가고 반도체 가격은 1분기 수준이 유지될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국제유가 상승률보다 반도체 가격 상승률이 높아 결과적으로 실질 민간소비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정규철 실장은 "반도체 가격이 올라가면 소득은 늘어난다"며 "반도체 가격이 소비자물가에는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쓰는 제품 가격은 그대로인데 소득금액이 커지면 소비 여력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1.4%)보다 높은 2%대 중반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실질구매력 개선에 긍정 요인으로 꼽았다.

민간소비 부양책, 인플레 자극할 수 있어 

KDI는 이같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단기적인 민간소비 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마창석 연구위원은 “부양책이 오히려 현재 안정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 안목에서 실질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 정책에 더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철 실장은 '민생지원금 등을 염두에 둔 보고서인가'라는 질문에 “특정 정책을 분석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민생지원금이나 SOC(사회간접자본) 등을 시행하면 내수 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지금 그게 필요한 상황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KDI는 앞서 지난 2일에도 “현재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지금의 고금리 기조를 빠르게 전환할 수 있고 취약계층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들은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재정 확대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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