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과'에 '금석유'까지…글로벌IB, 한국물가 전망 잇따라 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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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농산물·유가 등이 들썩이고 경기 회복세도 빨라 올해 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에 이를 거란 데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안갯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1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IB 8곳이 내놓은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 평균 2.5%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3월 말(2.4%)과 비교하면 0.1%포인트 오른 것이다. 다만 IB들의 평균 전망치는 지난 2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전망치(2.6%)보다는 0.1%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들 IB 8곳 중 절반 넘는 5곳이 기존보다 예측을 올려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2.3%에서 2.4%, 씨티는 2.5%에서 2.6%, HSBC는 2.6%에서 2.7%로 각각 0.1%포인트씩 상향했다. JP모건과 노무라는 2.4%에서 2.6%로 바꿨다. 바클레이즈는 기존 전망치인 2.7%를 지켰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여기엔 '금(金)과일'을 비롯한 농산물 가격 강세,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기름값 불안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0.6% 상승했다. 석유류 가격도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유가 추이나 농산물 가격 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 반등 흐름이 뚜렷해진 것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넘어선 1.3%(전 분기 대비)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IB들이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데엔 1분기 성장률 호조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면서 "내수 수치가 나쁘지 않다 보니 향후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좀 더 느리게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더디게 떨어지면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국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도 물가 때문에 3~4분기 이후로 미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Fed 움직임, 국내 경기 회복 기류와 맞물려 한은의 금리 인하가 연내 이뤄질지도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일(현지시간) 조지아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원점이란 표현을 하긴 그렇지만,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때와 상황이 바뀌어서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1분기 '깜짝' 성장과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중동발 위기 확대 같은 변수가 늘면서 기존의 금리 조정 논의를 재검토한다는 취지다. 양준석 교수는 "물가가 빠르게 내리지 않고, 성장률이 2%대 중반을 찍는다면 금리 인하론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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