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벌레가 열차 가득"…승객들 놀래킨 '팅커벨의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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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소셜미디어에는 ″경의중앙선에 정체불명의 벌레가 가득하다″며 사진이 올라왔다. /엑스(X)

11일 소셜미디어에는 ″경의중앙선에 정체불명의 벌레가 가득하다″며 사진이 올라왔다. /엑스(X)

'팅커벨'로 불리는 곤충 동양하루살이가 예년보다 일찍 출몰했다. 이른 더위 탓이다. 밤이 되면 불빛을 향해 몰리는 습성에 도심 상가는 물론 지하철 열차 안에서도 목격담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엑스(X)에는 "지금 경의중앙선 열차 상황"이라며 지하철 내부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벌레가 열차 벽면과 손잡이 등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촬영된 사진이었다. 작성자는 "정체불명의 벌레들이 열차 안에 가득하다"며 "그래서 그런지 좌석이 많이 비어있다"고 전했다.

'정체불명'의 벌레는 동양하루살이다. 몸길이18~22㎜인 하루살이과 곤충이다. 몸 길이에 비해 날개는 50㎜로 훨씬 길어 ‘팅커벨’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200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 출몰했으며, 5~6월과 8~9월 하천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낮엔 풀숲 등에 서식하다가 밤이 되면 불빛이 있는 주택과 상가로 날아드는 습성을 가졌다. 이런 습성 탓에 지난해엔 야간 경기 중인 서울 송파구 잠실경기장에 동양하루살이 수만 마리가 모여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환한 조명 때문이었다.

동양하루살이는 감염병을 옮기는 등 해를 입지 않는 곤충이다. 그러나 날개를 펼쳤을 때 5㎝ 크기로 커져 사람들을 놀래키거나, 달라붙어 불편을 초래하기기도 한다.

동양하루살이는 한강 수질이 개선되면서 산란 환경이 좋아져 개체 수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온이 올라가면서 유충을 잡아먹는 민물고기가 줄고, 개구리와 잠자리 등 천적이 감소해 개체 수가 급증했다. 올해는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더운 4월로 기록될 정도로 따뜻해 예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출몰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서울 성수동 일대를 중심으로 동양하루살이 관련 민원이 많이 접수됐던 성동구는 지난 8일 대응에 나섰다. 성동구보건소는 이달부터 한강 주변의 공원 등에 불빛으로 유인해 해충을 퇴치하는 친환경 방제장비인 ‘해충퇴치기’를 가동 중이다. 또 동양하루살이 떼를 피하기 위한 요령도 안내했다. 시설의 조명을 줄이거나 백색 등을 황색등으로 교체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창문 등에 붙은 동양하루살이는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제거된다. 날개가 물에 젖으면 무거워 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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