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막달레나 복음을 찾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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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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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린 맥고완 지음, 문학수첩

1권 153쪽, 2권 340쪽

각권 9000원

'마리아 막달레나는 창녀가 아니라 유대의 공주이자 예수의 아내였다. 세례 요한과 먼저 결혼해 아들까지 둔 그녀가 미망인이 되자 예수가 청혼한 것이었다. 예수는 요한의 아들을 자신의 아이로 삼고, 두 자녀를 더 둔다. 죽은 예수의 몸에 기름을 바른 것도, 부활한 예수를 처음 목격한 것도 그의 아내인 막달레나였다. 부활한 예수는 그녀가 자신의 후계자임을 선언한다…'

이미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뒤라, 비슷한 소재를 다룬 이 소설의 파장은 그에 못 미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빈치 코드에 고스란히 흡수될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 소설에는 가롯 유다가 예수의 지시에 따라 배신자의 역할을 맡은 것으로 나온다. 잔 다르크는 평범한 양치기가 아니라 예수와 막달레나의 피를 이어받은 성배의 공주라는 주장도 실렸다.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모델은 비너스가 아니라 막달레나라는 설, 삼위일체는 각각 왕족의 계보를 형성한 막달레나의 세 자녀를 상징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소설은 학자이자 언론인인 여주인공이 마리아 막달레나의 복음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따라간다. 저자는 20년간 막달레나의 진실을 찾아 헤맨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고 주장한다. '다빈치 코드'류의 블록버스터급 소설이라기보다는 학자가 쓴 팩션에 가깝다. 소설적 재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둘러싼 저자의 집요하고 진지한 문제제기와 충실한 학술적 해석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저자는 1989년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1997년에 완성했단다. 그 말대로라면 '다빈치 코드'가 나오기 한참 전의 작품인 셈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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