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불황 돌파구 찾는다…LG는 ‘필터’ 롯데는 ‘첨단소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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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공급 과잉과 세계 수요 약세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업황이 나쁜 기존 석유화학 사업 대신 첨단소재 등 신성장동력 사업에 더 집중하며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LG화학은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라예프그룹과 수(水)처리 필터인 RO멤브레인(역삼투압) 제조시설 현지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RO멤브레인은 해수를 담수화하거나 공업용수 정화 등에 사용되는 필터로, LG화학의 첨단소재 사업 중 한 영역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청주공장에 1250억원을 투자해 RO멤브레인 생산 설비를 증설하기로 하는 등 이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연매출 2000억원 수준인 RO멤브레인 사업을 5년 내 두 배로 키우는 게 목표다.

특히 알코라예프그룹과 계약은 세계 RO멤브레인 최대 시장인 사우디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기회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사우디는 세계 RO멤브레인 시장의 21%를 차지한다. 자국 물 공급의 70% 이상을 해수담수화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옴시티 건설 등 사우디 국가 발전 프로젝트인 ‘비전 2030’ 때문에 해수담수화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의 이번 계약은 사우디가 자국 내에서 생산된 RO멤브레인을 우대하는 정책에 따른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지에 제조 시설을 만들면 향후 사우디 정부가 발주하는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수주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특히 알코라예프의 자회사 알코라예프 워터는 사우디 최대 수처리 기업이다. LG화학은 향후 최대 3억2000만 리얄(약 1200억원)을 사우디에 투자할 계획이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도 첨단소재 투자를 늘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기능성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자회사 삼박LFT가 지난달 30일 전남 율촌 산업단지 내에 신규 컴파운딩(혼합)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완공되면 롯데케미칼은 고부가합성수지(ABS)·폴리카보네이트(PC) 등 약 50만t 규모의 국내 최대 컴파운딩 소재 생산 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내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율촌공단에 2026년까지 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공장 가동 이후 추가 투자를 통해 향후 70만t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소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중국산 저가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에서는 중국과 대결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기술에서 앞서는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첨단 소재에 더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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