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엔저에 걱정 커지는 철강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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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34년 만에 160엔까지 치솟은 ‘수퍼 엔저’(달러 대비 일본 엔화 약세) 현상이 한국 산업·무역에 부담을 주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달러 대비 원화가치는 올해 들어 5.9%, 달러 대비 엔화가치는 12.4% 각각 내렸다. 원화값도 낮아졌지만 엔화값의 하락 폭이 더 컸다는 의미다.

전통적으로 엔저 심화는 한국의 수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여겨진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69.2다. 미국(68.5), 독일(60.3), 중국(56.0) 등과 비교하면 주요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포인트 내리면 한국의 수출가격은 0.41%포인트, 수출물량은 0.20%포인트 하락한다. 한국 상품이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는 의미다.

최근 수퍼 엔저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분야는 철강업계다.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철강제품의 국내 유입이 늘어나서다. 엔저가 이어졌던 지난해 일본산 철강재 수입량은 560만 6724t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저가 공세를 벌이는 중국과 달리, 일본은 고품질의 열연 강판을 한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며 “올해 엔저가 심화하면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물량이 국내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자동차 등도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1에 가까울수록 수출 구조 비슷해 경쟁 심화)는 2022년 기준 0.458이다. 산업별로 보면 석유제품(0.827), 자동차·부품(0.658) 등이 경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무역구조 다변화 등으로 예전보다 환율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반박도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해외 시장에서 차별화된 품질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다는 것도 과거와는 달라진 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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