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못내리는데, 연체율 상승은 시작…서민‧중소 ‘약한고리’ 비상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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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각종 지원책에 몇 년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연체율이 다시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금리에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취약 계층과 중소기업 같은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대출 부실화 문제가 커지고 있다.

카드 연체율 코로나19 이전으로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 급전’ 창구로 통하는 카드사의 연체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다시 치솟았다. 카드사 연체율이란 카드 대금과 할부금·리볼빙·카드론 등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비율을 의미한다.

서울 거리에 붙은 카드론 대출 스티커. 뉴스1

서울 거리에 붙은 카드론 대출 스티커. 뉴스1

실제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말 연체율은 전년 동기(1.37%)보다 0.19%포인트 오른 1.56%였다. 2015년 9월(1.68%) 이후 약 9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하나(1.94%)·우리(1.46%)·KB국민카드(1.31%)도 모두 전년 동기보다 연체율이 올라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저축銀, 인뱅도 연체율 비상

역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도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다.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6.55%로 전년(3.41%)과 비교해 3.14%포인트 급등했다. 최근에는 이 수치가 더 상승해 약 7~8%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중·저신용자가 이용하는 저축은행은 고금리로 인해 이자 상환 부담이 늘면서 연체율이 쌓이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건설업이 침체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 연체율 오르기 시작한 점도 부담이 됐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 처럼 취약계층의 연체율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신호는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인뱅)과 지방은행의 지난해 중·저신용자 연체율은 각각 2.88%와 3.23%로 올랐다. 특히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이 높은 인뱅은 관련 대출을 본격 취급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연체율이 최고 수준이다.

기업 대출도 경고등, 중소기업 연체율 상승 커

이러한 연체율 경고등은 가계대출뿐 아니라 기업대출에서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로 돈줄이 말라가고 있는 기업들이 금융권 대출을 늘리는 가운데, 코로나19 관련 지원 등이 끊어지면서 연체율이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보다 현금 흐름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연체율 상승 현상은 더 크게 나타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실제 금융감독원의 지난 2월 원화 대출 연체율 보면,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1월과 비교해 대비 0.1%포인트 오른 0.7%로 높게 나타났다. 중소기업 중에서 중소법인 연체율(0.76%)은 같은 기간 0.14%포인트 올라 기업 대출 중 가장 상승 폭이 컸다. 기업 대출 연체율은 특히 최근 건설업에서 상승 폭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실 털어내기에도 비율 오히려 올라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이 본격 시작하면서, 금융사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분기에만 1조6079억원 상당의 부실 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상·매각액(8536억원)보다 88.4% 급증한 규모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주요 은행들이 연체율 관리를 위해 부실 채권 털어내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관련 비율은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다. 실제 5대 은행의 전체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올해 1분기 0.28%로, 지난해 1분기 말(0.27%)보다 0.01%포인트 소폭 올랐다. 고정이하여신이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NPL)’을 의미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이뤄졌던 대출 만기 연장이나 이자 지원 등 정부 지원책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순 없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종료되면 연체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연체율의 절대 숫자만 보면 아직은 금융사들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고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 건전성 관리에 빨간 불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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