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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삼이네" 먹은 뒤 구토·설사…노인들 캔 건 독초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산나물을 채취하러 집을 나간 뒤 실종된 노인을 찾기 위해 경찰들이 수색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산나물을 채취하러 집을 나간 뒤 실종된 노인을 찾기 위해 경찰들이 수색작업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봄나물 채취하다 2m 높이 도랑으로 추락 

지난 22일 오후 5시55분쯤 강원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 한 야산에서 A씨(81)가 2m 높이 도랑으로 추락했다. A씨는 당시 머리 쪽에 출혈이 있어 강릉시 포남동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앞서 지난 17일 오후 1시40분쯤 삼척시 원덕읍 임원리 한 야산에서도 B씨62ㆍ여)가 넘어지면서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당시 B씨는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119구급대의 도움으로 병원에 갔다. 검사 결과 B씨는 왼쪽 발목이 골절된 상태였다. A씨와 B씨는 모두 봄나물 채취를 위해 산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따뜻한 날씨에 봄나물과 약초를 채취하기 위해 산으로 향하는 입산자가 크게 늘면서 안전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낙상으로 인한 골절뿐만 아니라 조난이나 독초 섭취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 원주시 신림면 구학리 구학산에서 산나물 채취에 나선 C씨(60ㆍ여)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조난됐다. 구조에 나선 119산악구조대원은 출동 1시간여 만에 C씨를 발견해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냈다.

꽃보다 진한 봄나물 쑥쑥 올라오는 모습. [중앙포토]

꽃보다 진한 봄나물 쑥쑥 올라오는 모습. [중앙포토]

산삼 닮은 약초 먹고 구토 설사 

이에 앞서 지난 17일 오전 10시38분쯤엔 양양군 양양읍 연창리 양양군보건소에 70~80대 노인 두 명이 구토와 설사 증상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이들은 당시 오전 7시30분쯤 산삼으로 보이는 약초를 먹고 난 뒤 구토와 설사 증상이 시작됐다고 한다. 확인 결과 이들이 섭취한 것은 산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봄철(3~5월) 임산물 안전사고(조난ㆍ부상 및 독초 중독)는 2021년 24건, 2022년 26건, 2023년 25건으로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독초 섭취 사고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금까지 독초를 섭취하고 복통 등 증상으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사례는 총 26건이다. 접수된 사례의 85%는 봄철인 3∼6월에 신고됐다.

식약처는 꽃이 피기 전엔 잎 또는 뿌리만으로 산나물과 독초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봄철이 가장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나물과 닮은 대표적인 독초인 동의나물·여로·박새 등은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봄나물과 독초 구별법. 식품의약품안전처

봄나물과 독초 구별법. 식품의약품안전처

복통·구토 나타나면 남은 독초 들고 병원으로 

동의나물은 쌉싸름한 맛이 특징인 곰취와 혼동하기 쉬운데 곰취는 향이 좋으면서 잎이 부드럽고 광택이 없으며 날카로운 톱니를 가진 데 반해 동의나물은 향이 없고 잎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여로는 산나물 원추리와 비슷한데 잎에 털 주름이 없는 원추리와 달리 여로는 잎에 털과 깊은 주름이 있다.

박새는 명이나물로 주로 불리는 산마늘로 오인하기 쉬운 독초다. 산마늘은 마늘 향이 짙게 나고 줄기 하나에 잎이 2∼3장 달렸지만, 박새는 여러 장의 잎이 촘촘히 어긋나 있고 주름이 뚜렷하다.

식약처는 독초를 섭취한 후 복통·구토 등 이상증세가 나타난다면 반드시 가까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남은 독초가 있다면 병원에 가져가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순균 강원도소방본부 구조구급과장은 “본격적인 봄철 임산물 채취 시기가 찾아오면서 입산자 안전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며 “산에 오르기 전 기상예보를 숙지하고 손전등과 예비배터리 등의 비상용품을 구비해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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