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에 뒤지는 국산 너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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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리식기·형광램프·체중계·가정변압기 등/품질앞선 수입품 국산과 가격도 비슷/공진청,자료 발표않아 기술개발 차질
국산품에 개선할 점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자유화로 각종 외국상품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는데도 아직 품질·성능면에서 외제에 뒤떨어진 국산이 적지않은 것이다.
특히 주방용 내화 유리식기·형광램프 등 일부 생활용품들의 경우 수입품이 품질은 앞서면서도 가격은 국산과 비슷해 이들에게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업계의 기술투자등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진청이 조사를 마치고도 발표치 않은 일부 품질비교 자료를 중심으로 국산품의 문제점과 개선점 등을 알아본다.
자료중 유리식기·체중계·가정용 변압기는 89년 공진청산하 국립공업시험원이 분석한 후 발표치 않은 것이며 형광램프는 90년 여름에 분석을 끝냈던 것으로 각 품목이 조사 시점이후 품질이 개선됐을 가능성은 있다.
○내열성 문제많아
▷유리식기◁
공진청 분석에 따르면 전자레인지에 넣어 가열해 쓰는등의 내화유리로 된 찜기와 접시를 비교한 결과 세명유리·(주)삼화유리·(주)문화유리 등 국산 3개사 제품이 열을 견뎌내는 힘 등 기본품질에 있어 문제가 많아 몇번만 사용하면 금이 가거나 잘 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화유리 찜기의 경우 열에 아주 약해 사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수입품인 미국 코닝사 찜기와 일본 하리오(주) 접시,국내의 우진유리 제품은 열에 잘 견뎌 품질이 좋았다.
특히 일제 하리오는 흠집 하나없는 겉모양·강도 등 주요 항목에서 가장 좋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국산품 품질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당초 원료배합이나 녹이는 과정 등 기초기술의 낙후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흑화현상도 심해
▷형광램프◁
빛의 밝기가 일정수준 이상이면서 오래 사용해도 그 밝기를 유지하는게 품질의 생명.
공진청이 지난 여름 일제 수입품인 히타치·NEC제품과 국산의 조양·금호전기·성광조명·신광기업·조양전구공업사 등 5개사 제품중 30W짜리 원형을 대상으로 비교한 결과 일제의 품질이 국산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예컨대 5백시간 사용후 형광등이 제밝기를 유지하는지 여부를 측정한 결과 수입 2개제품은 초기성능의 70% 이상을 내야 합격되는 국내공업기준(KS)을 훨씬 넘어 계속 1백% 이상의 밝기를 유지했다.
반면 국산품들은 제성능을 다낼 때의 밝기부터 일제에 뒤졌으며 일정기간 사용후 유지정도도 90%내외에 그쳤다.
특히 고광전기제품은 시험도중에 내부선이 끊어지는 바람에 시험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였다.
쓰다보면 형광등 끝부분이 검게 변하는 흑화현상도 일제는 거의 나타나지 않은 반면 국산 전제품은 기준치 이상으로 심하게 변했다.
○전제품이 불합격
▷체중계◁
저울의 생명은 미세한 무게까지 정밀하게 재면서 반복해 사용해도 이상이 없어야 하는점.
목욕탕 체중계(1백20㎏짜리 대중용) 메이커인 대농산업계기·마포정밀기계·오성정밀·한국형기 등 국내 4개사 제품을 시험한 결과 전제품이 일정기준에 못미치는 불합격품으로 판명됐다.
우선 저울의 핵심부품중 하나인 날 및 날받이가 그리 단단치 못한 불량재료로 된 탓에 오래 쓸 경우 닳아 성능이 떨어질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또 얼마나 정밀하게 무게를 표시하는가를 알아보는 기차시험에서 마포·오성제품은 한눈금(5백g) 이상의 오차를 냈으며 눈금판과 지침간의 간격도 기준치 이상으로 벌어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성 크게 우려
▷가정변압기◁
가정에서 많이 쓰는 2백20V 전압을 1백V로 낮추는 강압기를 대상으로 공진청이 지난해 국내 12개 업체의 제품을 비교,평가한 결과 전제품이 안전성이나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오래 쓸 경우 변압기 자체의 열 발생정도를 시험한 온도 상승시험중 대원전기공업·동아전자전기·신일전기·유창물산·중앙전기·한신전기 등 6개사 제품이 타버려 안전성이 크게 우려됐다.
전압을 얼마나 제대로 바꾸는지의 측정에서도 6개사 제품이 기준치(95%)에 훨씬 미달됐다.<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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