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내각에 속상한 양김/12·27 개각이후 정가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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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표 의견 별로 반영안돼/젊어진 총리 세대교체 실험/평민 지자제전략 틀어질까 고심
12·27 개각과 청와대 진용개편은 민자당의 각계파에 대해 미묘하면서도 의미있는 파장을 던지고 있으며 평민당도 개각의 방향을 불편스런 시각으로 보고 있어 앞으로 정치권에 나타날 반응들이 주목되고 있다.
○…3당통합 이후 거대집단으로 지난 1년간 모호하나마 여권의 중심을 차지해왔던 민자당은 이제 여권질서의 재편 바람속에 휘말리게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 바람은 여권내부에서 민자당의 위치와 역할의 상대적 격하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정국주도권 행사에 견제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여권 제2인자」위치를 굳히려고 애썼던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의견」이 거의 참작되지 않은 점이나 노대통령의 창구임을 자처했던 김윤환 총무가 이번 개편에서 소외된 점이다.
각료인선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지난 11월 내각제 각서파동으로 김대표의 민주계에서 거부반응을 보였던 노재봉 비서실장의 총리발탁은 노대통령과 김대표의 긴밀함을 믿었던 민주계를 당황케하고 있다.
○김총무도 감 못잡아
민주계는 노재봉 총리설이 나왔을 때부터 『노총리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흘려보냈다.
노총리는 김대표의 대권집념이나 내각제 반대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권핵심에 있다고 자부해 왔으며 친김대표 노선을 걸어온 김총무의 예상이 상당부분 빗나간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김대표는 개각 통보직전인 26일 오후 9시쯤에야 내용을 통보받았고 김총무 역시 개각내용에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노대통령이 청와대 정치특보에 최영철 노동장관을,정무수석에 손주환의원(민자)을 기용,청와대 정치기능을 강화한 것은 자신의 친정구도의 틀을 넓힌 것으로 이들은 노대통령의 레임덕(후반기 권력누수) 방지를 정국설계의 중심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치특보등은 「김영삼대표­김대중 평민당총재」의 양국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 두사람의 구상은 노대통령이 당총재로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바로 김대표의 영향력확대 기도를 억제하게 될 것이다.
김대표는 3월말로 예상되는 지방의회선거를 양김 대권경쟁의 전초전으로 이용할 생각이지만 청와대측은 선거를 최대한으로 비정치화시키고 평민당을 철저히 봉쇄함으로써 내각제 개헌논의 재론가능성을 열어 보려고 할 것이다.
이는 민주계에서 추구하는 93년 노대통령 이후 구도의 조기 가시화문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많다.
○노 “새 정치틀 마련”
노신임총리가 『정치권력의 비집중화라는 새 차원 정경구도의 틀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양김이 생각하는 대권경쟁판도의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보이며 김대표의 정국구상과 부닥치고 있다. 「정치권력의 비집중화」는 내각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음미할만한 부분이다.
○…이번 개편의 가장 음미할만한 부분은 내각의 세대교체라는 점이다. 「국정을 소신있게 펼 50대」라고는 하지만 국무총리가 50대 전반으로 젊어지고 내각진용 대부분이 젊어졌다.
노신임총리의 등장이 「세대교체론의 실험」으로 평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거기에 박철언의원의 기용이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는지도 문제다.
박의원은 노대통령의 이번 개편구상에 의미있는 진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김대표쪽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민주계쪽에서는 박장관의 재기를 견제하기 위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나 박장관측은 『겸직키로 되어있다』고 말로 일축했다.
개각과정에서 정해창 비서실장과 박장관 부분등은 노대통령의 뜻에 따라 조정됐다는 것이어서 노대통령의 의중을 금궁케하고 있다.
박세직 서울시장 기용등 여권내부의 세력변화는 민자당내 김대표의 입자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민주계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민주계 움직임 주목
○…12·27 개각발표 직후 개각내용에 대한 깊은 불쾌감과 실망을 담은 논평을 발표토록 했던 평민당의 김대중총재는 28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신임 각료임명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김총재의 이같은 분노는 2년전 양평에서 열린 민정당의원 세미나에서 『광주사내는 김대중총재의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수법에 의해 일어났다』고 말했던 노재봉 실장이 총리에 기용된 것에 대한 직접적인 불쾌감일 뿐 아니라 노총리를 임명한 노대통령의 정국운영구도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총재는 『각료는 국회의 동의를 받은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토록 헌법에 명문화 돼 있다』면서 『서리제도가 헌법상 있는지도 문제일 뿐 아니라 국회의 인준을 받을지 못받을지 모르는 총리서리의 제청으로 각료를 임명했다면 큰 문제』라고 법률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각료취임 유보」「개각발표 취소」「각료임명 중지」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것은 노정부가 지자제 압승작전,평민당의 호남지역 봉쇄작전을 펴는 것이라고 읽고 미리 이를 견제하는 한편 노총리에게 정치적 타격을 가함으로써 지자제선거의 이슈를 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1월 국회때 보자”
평민당은 1월 임시국회벽두에 이 문제를 끄집어 낼 작정이어서 노내각의 인준은 정치적 시빗거리로 부상하고 있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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