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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람"이라더니 부부 부패 의혹…이 나라 女정치인의 배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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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스터전과 남편 피터 머렐. AFP=연합뉴스

니콜라 스터전과 남편 피터 머렐. AFP=연합뉴스

스코틀랜드 최고위직인 자치정부 수반을 8년 이끈 니콜라 스터전이 인생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의 남편인 피터 머렐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체포되면서다. 스터전이 지휘했던 스코틀랜드 독립당 자금 횡령 혐의다. 스터전 전 자치수반 역시 지난해 횡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풀려났던 바 있다. 남편도 독립당 사무국에서 고위직으로 관여했다. 둘은 당의 동료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고 2010년 결혼했다.

이번 남편의 체포는 새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남편이 당 자금에 손을 대는 과정에서 부인이자 당의 최고위급인 스터전이 이를 몰랐을 수 없다는 주장이 스코틀랜드 내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다수 외신 매체들은 이날 "스터전 부부로 인해 독립당은 이미 위기에 빠졌다"며 "남편 머렐의 체포는 또다른 치명타"라고 전했다.

니콜라 스터전의 지난해 모습. 사퇴 후 약 석 달 뒤다. 로이터=연합뉴스

니콜라 스터전의 지난해 모습. 사퇴 후 약 석 달 뒤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코틀랜드인들은 스터전 총리에 대한 배신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지난해 2월 그가 돌연 사퇴의 뜻을 밝히며 내걸었던 사퇴의 변 때문이다. 당시 스터전은 사임 의사를 기자회견에서 밝히면서 "지난 세월 격무에 시달리면서 지쳤다"며 "나도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사임 이유는 횡령 의혹 때문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찰이 그의 사임 직후 그를 조사했기 때문이다. 당시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으나 이번은 분위기가 다르다. 

스터전 전 자치수반은 한때 여성 정치인의 큰 언니 격으로 통하며 존경 받았다. 그는 글래스고 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일하다가 1999년 정계 입문했고, 2014년 당수로 선출됐고 자치정부 수반을 맡게됐다. 1970년인 그의 당시 나이는 44세. 그가 했던 졸업식 연설은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너가 타고난 것이 너의 성장을 가로막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는 등의 내용이다.  

피터 머렐. 2020년 당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피터 머렐. 2020년 당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그는 진보 성향의 정책을 입안하면서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성별 변경 절차 간소화 법인데, 16세 이상의 스코틀랜드 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젠더 다양성을 위한 절차라는 게 스터전 측의 논리였으나, 이는 스코틀랜드 내에서 뜨거운 반발에 직면했다. 대표적인 반대 목소리는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인 J K 롤링이었다.

롤링 작가는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며 "남성이 여성으로 둔갑해 여성 화장실이며 여성의 공간에 공공연히 드나들 수 있고 범죄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횡령 스캔들은 영국도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현 제1당인 스코틀랜드 독립당이 지지율이 떨어지게 될 수 있어서다. 영국은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반대하고 있으며, 독립을 추구해온 이 당이 기반이 흔들릴 경우, 영국엔 좋은 의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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