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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전성시대에 다시 온 탈원전의 악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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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안효성 기자 중앙일보 기자
안효성 증권부 기자

안효성 증권부 기자

주식시장만 본다면 전기(電氣)의 전성시대다.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증가 기대감에 변압기 등 전력 인프라 생산 업체들의 주가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뛰었다. 연초부터 이달 16일까지 주가 상승률은 HD현대일렉트릭(151.2%), 제룡전기(120.4%), LS일렉트릭(81.6%) 등이다. 한국 증시 투자자라면 사명에 ‘전기’, ‘일렉트릭’이 붙은 회사만 골랐더라도 올해 짭짤한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거침없는 AI 열풍으로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등 발전회사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데이터 센터에는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다. 원자력 발전은 연중무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데다 탄소 배출량도 적다. 샘 올트먼 오픈 AI 최고경영자 등이 원자력에 꽂힌 이유다.

핵심 설비를 국산화 한 한국형 원전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와 2호기. 1호기는 2022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뉴스1]

핵심 설비를 국산화 한 한국형 원전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와 2호기. 1호기는 2022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뉴스1]

미국이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는 보도도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업체 등 원자력 업체에 대한 각종 지원을 쏟아내고 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2050년까지 탈탄소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고려와, 러시아와 중국 중심의 원자력 생태계 중심을 다시 미국으로 돌리겠다는 정치적 고려까지 포함된 결과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살아났던 원자력 부흥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사그라들고 있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에도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상태다. 대신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까지 늘리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다음날인 11일 원자력 발전 관련주들이 많게는 10% 가깝게 하락한 이유다.

미국 하원은 지난 2월 28일  SMR 등 차세대 원자로 설계에 대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각종 지원책을 담고 있는 원자력 발전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찬성한 의원은 365명, 반대는 36명 불과했다. 해당 소식을 전한 뉴욕타임스는 “원자력은 당파 또는 이념적 분열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분석을 전했다.

같은 법안이 한국 국회에 올라갔다면 어땠을까. 아마 이념논쟁만 벌이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원자력이 만병통치약이 아니지만 2050년까지 탈탄소를 달성하려면 원자력은 반드시 ‘에너지 믹스(energy mix·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효율성 극대화)’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민주당 다이애나 드제트 하원의원)고 말할 한국의 야당 의원이 있을지 상상이 쉽게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