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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에피소드2) 관우, 평화 시대 조연에서 연의 시대 주연이 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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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의의 대명사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충의의 대명사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충의(忠義)의 대명사, 삼국지 최고의 인물, 신이 된 남자. 관우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수식어입니다. 삼국지를 읽은 독자라면 모두가 관우의 매력에 흠뻑 빠진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가 내달릴 때면 어떤 장수도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충의의 대명사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충의의 대명사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그리하여 관우는 연의의 명장면을 대거 연출합니다.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을 베다’, ‘안량과 문추를 베다’, ‘오관에서 여섯 장수를 베다’, ‘화용도에서 조조를 풀어주다’, ‘우금의 7군을 수몰시키다’, ‘바둑을 두며 뼈의 독을 치료하다’, ‘칼 한 자루로 노숙과 결판 짓다’ 등 잊지 못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관우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그야말로 관우는 연의가 만들어낸 최고의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지난 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관우는 조연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시대상을 반영하며 장비를 제치고 주연으로 등극한 것입니다.

파릉교에서 조조와 이별하는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파릉교에서 조조와 이별하는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독자 여러분은 관우의 멋진 등장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바로 신들린 솜씨로 동탁의 장수인 화웅의 목을 베는 장면이지요. 그런데 삼국연의 전 단계인 삼국지평화의 내용은 사뭇 다릅니다.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호뢰관에서 연합군이) 연회 도중에 여포가 싸움을 걸어왔다. 서주태수 도겸의 수하 조표가 나섰지만 여포에게 잡혔다가 풀려났다. 여포는 18제후들만 잡겠다고 소리쳤다. 장사태수 손견이 여포와 싸웠으나 삼 합을 못 겨루고 대패하였다. 손견은 전포와 갑옷을 나무 위에 걸어놓고 도망쳤다. 여포가 이를 동탁에게 보내려다가 장비에서 빼앗겼다. 다음날, 장비가 원소 영채에서 유비에게 말했다.’

형님! 손견은 우리를 개와 고양이 무리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들이라고 했소.

그는 장사태수요 나는 녹의랑에 불과하니 어찌 다투겠느냐.

대장부는 죽고 사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후세에 이름을 남겨야 하오!

장비가 큰 소리로 말하고 손견의 투구와 갑옷을 원소에게 주었다. 손견과 제후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러자 장비가 큰 쇠북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지난번에 태수는 우리 형제를 개와 고양이 무리라고 했소. 그런데 여포가 호뢰관에 왔을 때, 태수는 허물 벗은 매미처럼 전포를 버리고 달아났소! 만약 여포가 다시오면 우리 삼형제가 반드시 그놈을 죽일 것이오!

장비는 장담한 대로 여포의 기를 꺾어놓았습니다. 주연인 장비의 호쾌한 무용담만 있을 뿐 조연인 관우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던 것이 나관중의 연의에서 화웅을 물리치는 관우가 등장하고 장비는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이제 장비의 시대는 가고 관우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 충의의 장수 관우, 그를 띄우기 위해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파릉교에서 조조와 이별하는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파릉교에서 조조와 이별하는 관우. 출처=예슝(葉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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