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는 삼국지](에피소드1) "좌충우돌·대갈일성" 초기 삼국연의 주인공은 장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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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장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두주불사(斗酒不辭), 좌충우돌(左衝右突), 대갈일성(大喝一聲). 독자 여러분은 이 단어의 주인공이 장비임을 금방 아실 것입니다. 급한 성격에 실수도 많이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쾌남아 장비. 장비의 매력은 우리의 생각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허물없는 친구와도 같은 점에 있습니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장비는 우리가 읽는 소설이 탄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최고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삼국연의』의 모본(母本)인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에는 사고뭉치인 문제아 장비의 활약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백성들의 대변자 장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백성들의 대변자 장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독자 여러분은 장비가 독우를 매질한 이야기를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평화』에서는 이 장면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살펴볼까요.

‘(독우가 유비를 체포하려고 하자) 유비 옆에 있던 관우와 장비가 대노하여 칼을 빼 들고 뛰어 올라와 독우를 붙잡아 말뚝에 꽁꽁 묶었다. 장비가 몽둥이로 독우의 가슴을 백 대를 때리자 독우가 죽었다. 장비는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시신을 여섯 조각으로 잘라 머리는 북문에 걸고 다리는 네 모퉁이에 걸었다. 이후 유비, 관우, 장비는 태항산(太行山)으로 들어가 산적이 되었다.’

장판교에서 조조군을 호통 치는 장비.

장판교에서 조조군을 호통 치는 장비.

장비가 독우를 때려죽이다 못해 시신까지 난도질한 난폭한 호걸로 그려졌습니다. 독우의 으스대는 모습은 당시의 폭압적인 관리들을 형상화한 것일 터이니, 장비의 폭력적인 행동을 통해서 청중들은 대리만족을 만끽하였을 것입니다. 힘없는 백성들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을 실천에 옮기는 폭력배 장비가 싫지 않았던 것입니다.

장비의 호쾌한 질주는 조조의 공격에 삼형제가 헤어져 각기 구명도생(苟命徒生)할 때입니다. 장비는 산속의 고성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연호(年號)를 사용하는 황제가 되어 호사스런 생활을 하였습니다. 형님을 깍듯하게 모시는 순수한 장비이기에 유비를 만나자마자 황제 자리를 흔쾌히 양보합니다. 『삼국연의』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비의 황제 내력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지혜로 엄안을 항복시킨 장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지혜로 엄안을 항복시킨 장비. 출처=예슝(葉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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